제주 먼바다에 추락한 해경헬기 사고(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0면 보도)로 동료를 잃어 트라우마를 겪는 남해해양경찰청 부산항공대원을 위해 당분간 헬기 운항이 중단된다. 또 이들의 사고 후유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상담팀도 긴급 투입됐다.

추락사고로 인양된 해경 헬기(S-92) 동체. 국제신문 DB

남해해경청은 헬기 사고 후유증을 겪는 항공대원을 위해 최소 한두 달은 남은 헬기(수리온) 1대를 운항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남해청 보유 헬기는 총 2대(S-92, 수리온)였으나, 지난 8일 헬기 1대(S-92)가 조난 선박 구조에 투입됐다가 해상으로 추락해 1대(수리온)만 남은 상태다. 이 사고로 대원 3명이 목숨 잃고, 1명은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남해청 헬기가 맡았던 업무는 당분간 동해청 포항항공대와 서해청 여수항공대에서 대신한다. 포항항공대와 여수항공대는 각각 헬기 2대(팬더 카모프), 1대(카모프)를 운용 중이다. 다만 남해청은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헬기 1대(수리온)도 구조에 투입할 방침이다.

남해청에 따르면 항공대원 일부가 사고 이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 황현준 경사의 동료 중 한 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0일 지났지만, 동료를 잃은 슬픔은 줄지 않았다. 현준이가 세상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해경은 지난 15일 남해청 항공단에 PTSD 상담팀도 긴급 투입했다. 상담팀은 사고로 동료를 잃은 항공대원 38명을 대상으로 2주간 1대1 상담을 실시해 PTSD 예방 및 치료에 나선다. 또 순직자 유족 등에 대한 심리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해경은 2015년 발생한 가거도 헬기 추락사고 때도 동료 직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실시하고 한 달가량 목포항공대 헬기 운항을 중단했다. 사고 헬기 기종은 팬더로 당시 7세 어린이가 맹장염 증세로 위급하다는 신고를 받고 가거도에 착륙 시도 중에 기상 불량으로 인해 해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경찰관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해청 관계자는 “사고 이후 일부 대원이 슬픔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대원들의 트라우마 치료가 우선이다. 회복 시기에 따라 운항 가동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헬기(S-92) 동체는 지난 13일 부산 사하구 해경정비창으로 옮겨졌다. 해경은 블랙박스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 보내 정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 해군, 경찰청과 합동으로 항공기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