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지역 축제가 부활하는 등 부산 울산 경남이 들썩이고 있다. 반면 일부 업계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더라도 코로나19 상황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우려를 나타냈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탓에 취소되거나 치르지 못했던 지역 행사가 속속 개최될 예정이다. 부산 기장군은 이달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26회 기장멸치축제를 코로나19 여파로 취소했다가 다음 달 20일부터 사흘간 개최하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날 기장군 대변항에는 제철 멸치 맛을 보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전세버스가 관광객을 태워 날랐고, 식당마다 자리를 잡기 위한 손님으로 가득 차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

대변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기장 멸치는 4~5월이 제철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찾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 평일이 이 정도고 주말에는 사람이 줄을 설 정도”라며 “오랜만에 재개되는 멸치축제에도 손님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동해선 교대역에서도 기장 울산 등으로 외곽으로 나가려는 승객으로 만원이었다. 평일 오전 시간대였지만 앉아가는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많았고, 승객 간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 많은 승객이 동해선 오시리아역 기장역 일광역 등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밖에도 해운대구는 다음 달 20일부터 나흘간 해운대해수욕장 일원 등에서 개최할 ‘해운대 모래 축제’에서 애초 코로나19 탓에 샌드보드, 어린이모래놀이터 등 체험 행사 규모를 줄이려고 했다가 거리두기 해제로 다시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관람객이 몰릴 만한 행사는 피할 예정이다. 시가 주최하고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조선통신사 축제도 다음 달 5~8일 남구와 중구 일원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취소됐다가 다시 대면으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경남 하동군도 다음 달 4일부터 닷새간 하동군 화개면 악양면 일원에서 ‘제25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열린다. ‘왕의 차, 천년을 넘어 세계로 차(茶)오르다!’를 주제로 한 축제는 시배지 헌다례를 시작으로 5개의 개막 공연을 펼치고, 경연 프로그램 10개와 전시·체험 프로그램 24개 등 총 4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충열 하동군 관광진흥과장은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개최되는 만큼 차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체험과 시식 프로그램을 진행해 참여도를 높이겠다”며 “소비자와 생산 농가가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불교계도 거리두기 해제를 반겼다. 이날 서구 충무대로에서 만난 대법사 스님 2명은 밝은 얼굴로 다음 달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연등을 달고 있었다. 대법사 청암 스님은 “거리두기가 없어져 많은 불자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거리를 두고 비빔밥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안 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눈치를 보던 직장 내 행사도 열린다. 부산의 한 직장인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에도 불구하고 회사 눈치 탓에 사내 모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전면 완화를 맞이해 19일 퇴근 후 타 부서와 풋살 시합을 할 예정”이라며 “마치고 늦게까지 맥주도 마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일부 업계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봤다. 이날 서구의 한 유명 찜질방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입구에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었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영업시간 제한을 풀었지만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고 있다. 찜질방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목욕탕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이용객이 늘지 않으니 영업시간도 오히려 연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매달 1억 원가량 손해다. 24시간 영업하려면 20명의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현재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학원가도 6개월 정도 흘러야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관측했다. 한 학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 300여 명이던 학생이 100~200명으로 급감했다”며 “학생들이 현재 상황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어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바로 학생들이 몰리지는 않는다. 당분간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 업계도 당장 인파가 몰리기보다 향후 행사 유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선 오는 22~24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올해 부산국제보트쇼가 열릴 예정이다. 벡스코 안재영 홍보실장은 “오늘 해제됐다고 해서 급작스러운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대형 전시회나 회의 등을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