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 끼를 때우기 버거운 빈곤층이 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서구 부산연탄은행 앞 밥상공동체엔 도시락 나눔을 앞두고 노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혁규 기자

통계청은 지난달 부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를 기록한 후 6개월 연속 3%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급격히 오른 소비자물가는 빈곤층의 한 끼 식사마저 위협했다. 매주 5번 이상 무료급식을 한 부산연탄은행도 기부가 줄면서 운영상 어려움이 생기자 매주 1, 2회로 무료급식 횟수를 줄였다. 식료품과 생필품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소외 계층에 지원하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 제때 기부가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기부금이 40%로 줄었다”며 “비용 문제로 급식 횟수를 줄이고 도시락으로 바꾸고 배식량을 늘렸지만 도시락 마련 비용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구 부산연탄은행 앞 밥상공동체(무료급식소)에 가보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급식 한 시간 전부터 약 50명의 시민이 몰렸다. 낮 12시 나눔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80인분의 도시락이 동났다. 이날 부산연탄은행에서 마련한 도시락 수는 총 200개. 나머지 120개 도시락은 거동이 불편한 빈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연탄은행에서 배달에 나섰다. 이모(82) 씨는 “비싼 물가에 시장에서 장을 보기가 두려워 이곳에서 밥을 때우곤 한다. 급식 횟수도 줄어 한 번 도시락을 받아 점심 저녁 두 번 나눠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비교적 저렴했던 학교식당도 오르는 식재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부경대학교 뷔페 식당인 라일락과 한미락은 지난해 10월 4500원에서 55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라일락은 2014년 식당이 생긴 후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고, 한미락 역시 2018년 4500원으로 올린 후 4년 만에 인상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경대 생협 관계자는 “흑자를 목표로 하는 식당은 아니지만 적자 폭이 심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경대 대학원생 이주연(26) 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해 예전만 해도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식비를 아껴 일부러 찾아갔지만 이젠 가격이 부담될 정도로 올랐다”며 “주말에도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 먹기보다 라면을 끓여 먹는 등 최대한 식비를 아끼려 한다”고 귀띔했다. 부산대 이모(24) 씨는 “학식과 주변 식당 포함해 3년 전보다 한 끼에 평균 2000원 정도 더 지불하는 느낌이다. 학식이 저렴해 자주 애용했는데 이젠 부담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