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방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유야무야한 의무 자가격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쪽에서는 7일로 고정된 의무 자가격리 기간이 너무 길어 기간을 3~5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거리두기 완화조치 이후 남포동 패션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20일 국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의무 자가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의 한 취업준비생 A 씨도 최근 자가격리 기간임에도 외출해 카페를 방문하고 산책을 즐겼다. 가까운 편의점에 방문해 간식을 구매하기도 했다. A 씨는 “증상이 호전돼 아프지 않았고 정부의 통제도 거의 없다 들었다. 거리두기도 해제된 상황이라 조심히 외출해도 된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와 달리 정부의 이탈자 파악도 느슨해진 것이 사실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월 9일 GPS 기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폐지했다. 이날 이후 자가격리 이탈자를 통제하는 수단은 전무한 상황이다. 부산진구 보건소 역학조사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탈자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야 통제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적극적으로 적발하지 않는 자가격리이탈이지만, 7일로 고정된 긴 기간 때문에 문제인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B 씨는 고관절 검진을 위해 오래전부터 병원 예약을 잡아놨지만 격리기간과 겹쳐 예약을 미뤄야 했다. B 씨는 “확진 판정 후 5일 정도 되니 코로나19 증상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미리 잡아둔 예약이 격리 6일째였다. 아프지도 않은데 어렵게 잡은 예약을 미뤄야 한다. 다시 예약하려면 3주를 더 기다려야 하고, 그때까지 고관절 통증을 감내해야 해 답답할 노릇”이라 토로했다.

이에 격리 의무 기간을 현실화해 격리기간을 잘 지키는 게 오히려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격리기간을 줄이고, 대신 확실히 관리하자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정동식(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시간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미국은 예전부터 3~5일간 격리 중이다”며 “한국도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면 3~5일로 완화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오는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조정해 약 4주간 의무 자가격리 이행기를 거친다고 밝혔다. 7일간의 격리 의무가 다음 달 22일까지 유지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행기 이후 자가격리를 권고로 변경할지 논의 중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