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도서관 민간 개발 백지화를 두고 부산 부산진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민간시행자가 최근 배상 액수를 2억 원에서 136억여 원으로 크게 상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결과에 따라 세금 100억 원 이상이 증발해버리는 셈이라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부전도서관 전경. 국제신문 DB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전도서관 개발 사업의 옛 민간시행자인 서면디앤씨는 부산진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액수(원고소가)를 대폭 올렸다. 소송 제기 당시의 액수는 2억 원이었다. 그러다 지난 20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민간시행자 측이 액수를 136억5011만6729원으로 조정했다.

시행자 측은 구체적인 민간투자비 추산이 지체되면서 뒤늦게나마 액수를 바로 잡았다는 입장이다. 민사를 제기할 당시 소송에 필요한 인지액(재판 청구 비용)을 마련할 자본도 없었다고 전한다. 이들이 산정한 이 사업 민간투자비는 약 90억 원이다. 이미 투입된 자금과 사업 관련 용역 업체에 지급해야 할 금액 등을 전부 포함한 값이다.

이 소송의 쟁점은 ‘해지 시 환급금’ 규모의 책정 방식이다. 민간투자비를 기준으로, 이 돈에서 얼마만큼 액수를 가감해 환급금을 지급할지 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의 잘못으로 사업이 파기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서면디앤시 등은 주무관청(부산진구)의 귀책 탓에 계약이 백지화됐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와 시가 공공개발 추진으로 사업을 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민간시행자는 일방적으로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거다. 반면 구는 계약 해지는 불가항력이었다고 맞선다. 사업 부지는 구유지인데 건물은 시가 소유한 공유재산이라 시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사업 추진이 무척 힘들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이 사업 계약상 환급금 규모는 주무관청의 귀책일 때 가장 크다. 이 경우 민간투자비 전액에 기대수익(총투자비의 8%)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최종 액수가 산정된다. 계약 해지가 불가항력이었다고 인정되더라도 민간투자비 전액을 환급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재판부가 어디까지를 민간투자비로 인정할지는 불분명하나 현재 흐름대로면 90억 원 언저리에서 환급금이 형성될 전망된다.

부전도서관 개발 사업은 2011년 민간투자방식(BTO)으로 추진됐다. 민간에서 451억 원을 투입해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 복합상업시설로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4년 심사를 맡은 시의회가 ‘신축 건물 옥상에 부전도서관 원형을 보존하라’며 조건부로 사업을 승인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사업은 2018년 6월 민선 7기가 시작되면서 공공개발로 급격히 전환됐다. 시와 구는 2018년 8월 부전도서관 공공개발에 합의한 뒤 이듬해 1월 25일 서면디앤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반발한 서면디앤씨는 2020년 4월 23일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