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노동자의 쉴 곳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부산 이동노동자쉼터에 주차장이 없어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쉼터도 한 곳뿐이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 있는 이동노동자쉼터 휴게실. 최혁규 기자

부산시는 지난 1~3월 부산 이동노동자쉼터 누적 이용자가 총 3584명이라고 9일 밝혔다. 쉼터는 생리현상조차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이동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10월 부산진구 서면에 개관했다. 이동 노동자의 생리활동 해결은 물론 발 마사기 기기와 간단한 식음료도 제공된다. 여성 노동자를 위한 휴게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동노동자는 일하는 장소가 특정되지 않고 이동하며 노동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택배·라이더 등 배달노동자와 대리기사는 물론이고, ▷방문 판매원 ▷수도·가스 검침원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종을 포함한다. 이들 대부분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무환경이 열악한 때가 부지기수다. 시는 부산지역의 이동 노동자 숫자는 6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쉼터 이용은 특정 직군에 편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이용자 중 90.2%가 대리운전 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기사는 236명으로 6.5%, 기타가 106명으로 2.9%를 차지했다. 방과후교사는 4명, 방문 판매원은 3명에 그쳤다.

이유는 주차공간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차량은 물론 배달 노동자 오토바이 한 대도 주차할 곳이 없다. 배달기사 A(41)씨는 “쉼터 앞 인도는 유동인구가 많고 좁아 오토바이 주차가 불가능하다. 쉼터를 이용하려면 멀리서 주차하고 걸어와야 하는데 그사이 콜이 뜨면 난감하다”며 “쉼터 바로 앞 공영주차장을 1칸만 확보해준다면 배달노동자의 이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전역에 이동노동자가 쉴 곳이 1곳뿐인 것도 문제다. 서울은 2016년 서초구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처음 생긴 후 모두 9곳이 운영 중이다.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 5곳, 기초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4곳이다. 부산보다 규모가 작은 대구도 2곳을 운영 중이다. 배달노동자 유선재(36) 씨는 “서면 인근에서 일할 때 쉼터에서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해운대나 서부산에는 잠시 앉아 쉴 곳이 없고 용변조차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동부산과 서부산에도 거점 쉼터가 빨리 확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해 동·서부산에 쉼터를 추가할 계획이지만 부지를 찾고 있다.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