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유일의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이 보조금을 부정 수령해 시설 폐쇄 처분을 받을 전망이다. 법대로면 시설이 폐쇄되지만, 지역에서 장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은 이곳뿐이라 원생과 학부모가 겪을 불편이 작지 않아 폐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로 사상구 장애아 전문 A 어린이집 B 대표를 조사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지난 3월 이 어린이집에 감사를 벌여 보조금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사상경찰서는 추가 혐의가 드러난다면 어린이집 관계자 일부를 추가 입건할 방침이다.

시와 사상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어린이집 B 대표는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보육교사와 조리사 등 3명의 자리에 가족을 허위로 등록시킨 뒤 보조금을 받아왔다. 사상구가 환수해야 할 금액은 약 7000만 원에 달한다. 사상구는 B 대표와 C 원장, D 전 원장에게 자격정지 1년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구는 조만간 C 원장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 처분을 통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설 폐쇄다. 영유아보육법상 보조금 부정 수령액이 1000만 원이 넘으면 1차 위반 때 곧바로 어린이집 시설 폐쇄 처분이 내려진다. 그런데 A 어린이집은 사상구의 영유아 기관 중 장애아를 전문적으로 보육하는 유일한 시설이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민간 어린이집이지만, 사업비 3억3963만 원(국비 1억6981만 원, 시비 8491만 원, 구비 8491만 원)을 받아 2014년 개원했다.

어린이집 정보공개 포털을 보면 A 어린이집에는 32명의 장애·특수교육대상 학생이 12학급으로 나눠 등원한다. 이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원생들은 북구나 부산진구 등에 있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으로 가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하교한 뒤 병원에 들를 때의 동선도 길어진다. 비장애 아동과 함께 생활하는 장애통합어린이집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재직 중인 교직원은 20명에 이른다. 이들 또한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저출산 현상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지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하나둘씩 폐업하는 추세라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사상구 관계자는 “시설 폐쇄는 절대 안 된다는 게 학부모들의 바람이라 우리도 처분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법적 기준으로는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