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 때 민주주의를 외치다 희생된 부산지역 열사 3인을 기리는 추모의 벽이 부산민주공원에 들어섰다.

10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내 추모의 장에서 민주공원 추모의 벽 ‘늘빛드레’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부산 출신 ‘6월민주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잇고자 조성됐다. 여주연 기자 yeon@

부산민주주의행동추진위원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0일 오후 4시 부산 중구 민주공원 넋기림마당에서 추모의 벽 ‘늘빛드레’의 제막식을 거행했다. 6·10 항쟁 당시 희생된 부산지역 민주 열사 3인(이태춘·황보영국·박종철 열사)을 기리며 그들의 그림과 삶을 벽에 새겼다. 행사에는 열사의 유족을 포함한 30여 명이 참석했다. 늘빛드레는 ‘늘 빛나고(늘빛)’ ‘깊이 있는 인격(드레)’이라는 뜻의 우리말 합성어다.

먼저 이태춘(1960년 2월 7일~1987년 6월 24일) 열사는 동아대 무역학과 출신의 태광고무 무역부 노동자였다. 1987년 6월 18일 부산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최루탄에 의해 동구 좌천동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이 열사는 봉생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으나 그달 24일 27세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26세의 태화고무 노동자였던 황보영국(1961년 9월 6일~1987년 5월 25일) 열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7주년을 맞아 1987년 5월 17일 부산에서 열린 호헌조치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전두환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옛 부산상고 앞에서 스스로를 산화했다. 황보 열사는 화상에 신음하면서도 “독재타도”를 외치다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대 언어정보학과 재학생이던 박종철(1965년 4월 1일~1987년 1월 14일)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졌다. 그의 나이 21세 때다. 당시 수사관들은 1985년 10월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으로 수배된 박종운 씨의 소재를 말하라고 추궁했으나 박 열사는 끝내 함구했다. 박 열사의 죽음은 6월 민주 항쟁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다.

원래 민주공원에는 열사 3인을 기리는 추모석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제작 당시 연구 부족 등을 이유로 정확한 사실이 기재되지 못했다. 또 이태춘 열사의 추모석은 민주공원의 소유가 아니라 최근 본래 주인에게 반납했다. 민주공원 김종기 관장은 “추모의 공간, 넋을 기리는 공간에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열사들을 모시기 위해 이번 사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제막식에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행봉 이사장은 “다양한 민주주의 가치가 만나는 이곳 담벼락에 부산 출신 6월 민주 열사를 모시게 됐다”며 “열사들의 이야기를 35년 전의 역사로 만들지는 않겠다.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사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의 고모 박정애 시인은 “35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35년 뒤에도 이 넋기림마당에 사람들이 모여 우리 종철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는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시민참여 부스를 운영하며 6월 항쟁 35주년을 기념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주권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열린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5개 시민공연팀이 무대에 올라 노래와 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