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부산외국어대학교 기숙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학생 9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불을 끄는 과정에서 기숙사 지하 1층 천장이 떨어지는 등 추가 피해도 이어져 학생들은 한밤 중 불안에 떨었다.

지난 13일 밤 11시께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기숙사 건물에 발생한 화재로 대피한 학생들이 건물 현관 앞에 모여 있다. 독자 제공.

부산 금정경찰서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기숙사 내부 화장실에서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죄)로 A (20대) 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13일 밤 11시께 남자 기숙사 3층 자신의 방 화장실에서 책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히 화재 발생 이후 화장실 내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A 씨도 스스로 소화기로 불을 꺼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 불로 늦은 밤 917명의 기숙사생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기숙사 지하 1층 천장재가 떨어져 구멍이 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진화 과정에서 흐른 물로 천장재가 떨어진 기숙사 지하 1층 천장. 독자 제공

부산외대 기숙사생들은 한밤중 대피 소동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학생 B 씨는 “불이 난 3층 복도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대피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몰라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씨가 국제신문에 제공한 영상을 보면 편한 복장 차림의 기숙사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 한데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러시아 유학생 C 씨는 “누군가 방에서 담배를 피운 거 아니냐”며 SNS에 피해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한국어와 영어로 대피 방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A 씨가 평소 학교 건물 화장실에 물을 틀고 도망가는 등 평소에도 이상행동이 잦아 학교 측에서도 여러 차례 주의를 준 것으로 안다. 학교도 조금 황당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기가 자욱한 복도에서 한 학생이 입과 코를 막은 채 문 밖을 나서고 있다. 독자제공.

A 씨는 방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해줄 순 없다. 현장 감식과 CCTV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에는 다른 방화 추정 화재도 발생했다. 14일 새벽 3시44분 중구 남포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지하 1층 콜라텍과 2층 복도를 태우고 3시간 5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콜라텍 업주로 추정되는 D(70대) 씨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아파트 거주자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지하 콜라텍에서 방화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경찰과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최근 부산과 대구에서 방화 추정 화재가 잇따르자 시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민 E 씨는 “최근 부산과 대구에서 방화 추정 화재로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친구일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그런 일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