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등교육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쓰는 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추진(국제신문 8일 자 3면 보도)한 것과 관련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 등 교육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13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실(세종비즈니스센터)에서‘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첫 간담회 모습. 국제신문DB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재정당국이 시도교육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데 유감을 표하고 “(개편 추진에)강력히 반대한다”고 8일 밝혔다.

협의회는 “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다”며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오는 11일 충남 부여군에서 제85회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간담회도 열릴 계획이어서 교부금 개편 관련 열띤 논쟁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논평을 내고 “학급당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전국 4만 개가 넘고 학교건물의 40%가 30년이 넘었다. 책걸상 중 30%는 구입한 지 10년이 넘고 분필 칠판과 화장실 화변기 비율도 30∼40% 이른다”며 “교육예산으로 교실 수업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서를 통해 “유·초·중등 교육예산 줄이기에 골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학령인구 감소세에 비해 관련 예산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계는 “인구가 줄면 정부 예산도 줄여야 하나. 교육비 지출 단위는 ‘학급’을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도 합세했다. 교대련은 “유초중등은 지난 몇 년간 시급한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 도입과 정규교원 확충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학교 수와 학급 수가 늘어나는 현황은 무시하고 단순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정원 및 예산을 감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등교육 재정 지원에 대해 이들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별도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교조와 교대련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고 그만큼 빠지는 교부율을 보전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대학 한 교육학과 교수는 “내국세에 일정비율을 연동하는 방식보다는 학령인구나 학급당 필요 금액을 산정해 예산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재원을 마련한다. 교육세는 연간 5조 원 규모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교육세는 내국세에 비율이 연동되기 때문에 매년 유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