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과 상자의 높이 차이가 많이 나면 과대포장의 우려가 있습니다. 직접 자로 재서 확인하고 실제 판매할 때는 어떻게 포장되는지를 업체에 물어봐야 합니다.”

추석 연휴를 열흘가량 앞둔 30일 부산 이마트 문현점에서 부산시와 남구 직원들이 선물세트 과대 포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

30일 오전 10시께 부산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추석을 앞두고 형형색색의 선물세트가 놓여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A(여·50대) 씨는 “여름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선물세트를 보니까 추석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난다”며 “요즘에는 과일을 고정하는 판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종이로 만들고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시와 남구·수영구·연제구는 합동으로 추석 선물세트 과대포장과 분리배출 기준 표기 여부를 현장 점검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다음 달 16일까지 대형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과대포장을 집중 단속한다. 이날 검사기관인 한국환경공단도 함께 나와 실제 선물 세트를 자로 재보며 과대포장 적발 기준을 설명했다.

과대포장 단속 기준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보다 포장 횟수가 많거나 제품 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치게 클 때 등이다. 이미 포장된 제품을 얇은 비닐이나 합성수지 필름으로 재포장하는 것도 단속 대상이다. 다만, 제품 전체를 포장하지 않고 띠지로 둘러 묶는 건 예외다. 고기 생선 과일 등 1차 식품도 재포장이 가능하다. 포장 기준을 위반했거나 지자체 공무원이 기준 위반을 의심해 전문기관 검사를 명령했지만 따르지 않은 제조·수입·판매업자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선물세트 과대포장은 꾸준한 지도 점검과 소비자 인식 변화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전국적으로 1만1417개를 단속해 77건을 적발하고 39개 제품에 과태료 부과했다. 올해 설에는 2049개를 단속해 55건을 적발하고 27개 제품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지도 점검을 나가면 과거에 비해서는 확실히 과대포장이 줄어든 게 보인다. 소비자 인식도 변해 포장이 과한 제품보다 내용물이 충실히 담긴 제품을 선호하는 거 같다”며 “그래도 현장 나오면 포장 기준을 어긴 사례가 한 번씩 눈에 띈다. 대체로 영세한 포장재 제조업체에서 선물포장 기준을 모르고 기준을 넘긴 경우다”고 밝혔다.

교육을 맡은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식용유가 6개 든 선물세트를 만져보며 좋은 예시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식용유 사이의 간격이 손가락이 안 들어갈 정도로 촘촘하다. 선물포장 박스도 과거에 비해 얇아지고 단단해져 제품 크기와 상자 공간 비율을 제대로 준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제품 분리배출 표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이 눈에 띄기도 했다. 종이팩 유리병 금속캔 등에는 분리배출 방법을 담은 표기가 있어야 한다. 표기하지 않거나 실제 재질과 다르게 거짓으로 표기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날 주류 코너의 수입 와인병에 분리배출 표시가 눈에 띄지 않아 환경공단은 기준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로 소개했다.

대형 유통업체는 달라진 소비 심리에 맞춰 화려한 과대포장 대신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선물 세트를 출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과일 상자와 칸막이만 종이였지만 올해 추석에는 과일을 고정하는 판도 종이로 바꿨다. 이마트는 과일을 엇갈리게 배열해 과대포장을 막고 한우·수산세트에 종이 포장지와 천연 아이스팩을 도입했다.

부산자원순환시민센터 김준열 사무국장은 “환경단체의 꾸준한 과대포장 줄이기 운동과 시민 의식 변화로 점차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다만, 포장재를 종이로 바꿔도 쓰레기 양 자체가 줄지 않는다면 친환경 재료가 과연 친환경적 결과를 낳는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