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소위 ‘보수 성지’라는 대구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 축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산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8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열린 2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국제신문DB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다음 달 15일부터 대중강연을 시작으로 연내 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달 서울 개최 이후 올해 국내에서 두번째 개최되는 퀴어축제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 주요 인사의 참석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반면 부산은 연내 퀴어문화축제 개최가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퀴어문화축제조직위에 따르면 퍼레이드 등이 포함된 퀴어문화축제는 열리지 못하고, 대신 플로깅 등 소규모 행사로 대체된다. 부산조직위는 올해 개최하지 못한 퀴어문화축제를 내년에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산은 전국 제2의 도시지만 유독 퀴어문화축제 개최에 인색했다. 퀴어문화축제가 부산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 개최됐던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뿐이다. 2000년 가장 먼저 지역 퀴어축제를 시작한 서울은 올해 23회째를 맞이했고, 대구는 2009년 시작해 올해 14번째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최 공간이다. 부산조직위는 퀴어축제 장소로 해운대구 구남로를 원하지만 해운대구가 이를 허락치 않는다. 2019년 퀴어문화축제도 구가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축제 개최가 무산됐다. 해운대구의 입장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구남로 구간에 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한 것은 전임 구청장 당시 관련 부서와 시민 의견을 종합적 검토한 사안이다.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지 않으면서 지역 성소수자들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소수자단체에 따르면 통상 전체 인구의 5%가 성소수자로 추산된다. 333만 부산 인구 중 16만 명 가까운 인구가 성소수자인 셈이다. 그러나 축제가 열리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지역에서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조직단 이하람 활동가는 “구남로는 다양한 공연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의 토크쇼도 열릴 만큼 개방된 공간이다. 퀴어축제는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는 평화 운동인데 개방 공간을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