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보내겠다고 예고한 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지역 환경단체가 오염수 방류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제소한 지도 1년4개월이 지났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민사11부(전우석 부장판사)는 31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금지해달라며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 16명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소송의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일본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실제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오염수 방류에 나선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양 생태계 파괴를 넘어 바다의 어류와 해조류를 통해 우리의 생명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며, 부산 앞 바다에도 도달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거라며 제소했다.

애초 이 재판 첫 변론기일은 지난해 11월 24일로 예정됐다. 그러나 피고인 도쿄전력 측이 소장을 받았는지조차 확인해주지 않아 계속해서 재판이 연기됐다. 지난달 20일에야 첫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도쿄전력 측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향후 구체적 답변 내용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내겠다’며 1장짜리 답변서만 재판부에 냈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 측이 일부러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도쿄전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29일에야 위임장이 재판부에 전달됐다. 그러나 이날 역시 도쿄전력 측의 상세한 입장을 담은 준비서면은 제출되지 않았다.

도쿄전력 측은 국제 재판관할권이 인정되지 않아 소 제기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어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 재판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를 달리하는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소는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도쿄전력 측은 또 소가 적합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청구 원인 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으며, 피고는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정하는 1급 발암물질로서, 오염된 어류 등을 섭취할 때 인체에서 내부 피폭을 일으켜 암을 발생시키게 된다. 원고는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고자 민법에 근거해 피고에게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한편 도쿄전력 측은 재판 진행 중 또는 계획된 날짜 이전에 방류가 이뤄질 수도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하고 있어서 (조기 방류가 이뤄지지는 건) 아닐 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