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갔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대형 폭발·화재 사고가 반복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된다.

1일 울산시와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31일 오후 3시42분께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폴리머(합성수지)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근로자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은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고 제보해 폭발 당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소방 당국은 폭발이 폴리머 재생 공정 중 압력 과다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관할 울산남부소방서는 해당 공장에 대해 긴급 사용정지 명령을 내렸다. 울산경찰청도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47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소홀 여부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 합동 감식할 예정이다.

이 사업장은 지난 4월 20일 올레핀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전신화상을 입어 치료 중 숨졌다. 석유화학제품인 톨루엔을 저장하던 1만 배럴 규모의 탱크 내부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안으로 분류해 해당 사건을 조사했는데 현재도 진행 중인 상태다.

앞서 5월 19일에는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나 1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 5명이 경상을 입는 등 모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3일에는 남구 매암동 효성티앤씨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부산·경남·경북소방본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해 인력 662명과 헬기 4대를 포함한 소방 장비 84대를 동원한 끝에 22시간 만에야 가까스로 진화했다. 앞서 같은 달 12일에도 남구 고사동 SK에너지 울산공장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는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10여 건의 크고 작은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은 이전에는 물론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대형 유사 사고가 잇따르는 것에 분개한다. 이재식 장생포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마을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관광지인데 인접한 공장에서 대형 화재나 폭발 사고가 빈발하는데 누가 찾겠느냐”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