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 재조사 해야해 공사지연
- 부산 서구 안일한 행정 도마위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전용극장인 부산 서구 ‘한형석 자유아동극장’의 복원 공사가 아직 첫 삽도 못 뜬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조사 미흡으로 착공이 1년 넘게 미뤄지면서 안일한 행정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오전 부산 서구 ‘한형석 자유아동극장’ 건립 부지가 사면 공사만 준공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김민훈 기자

구는 실시설계용역을 마치는 대로 ‘한형석 자유아동극장’ 복원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독립운동가 한형석 선생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1953년 8월)의 아동극장을 복원해 아동 청소년의 문화 예술 교육활동 거점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구가 추진해왔다.

애초 극장 건립 사업은 지난해 2월 디자인 공모를 마쳤다. 지난해 7월 공사에 착수해 올해 1월 개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개관할 시점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 실시설계도 못 마쳤다. 오는 10월 설계가 완료되는 것을 감안하면 예정됐던 개관 기간보다 1년 넘게 미뤄지는 셈이다.

공사가 늦어진 것은 사전 조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공사를 하려고 할 때마다 문제가 터져 나왔다. 먼저 지적 재조사를 해야 했다. 디자인 공모에 참여한 업체가 지적도 자료를 보고 디자인 설계를 했는데, 실제 현장과 지적도가 달랐다. 진입로 등 추가 보상이 발생해 시간이 지체됐다. 다음으론 안전을 위협하는 경사면이 발목을 잡았다. 사면 보강 공사에 따라 건축물 면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설계가 중단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반이다. 구가 제시한 지반 자료를 근거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하주차장을 계획했으나, 현장 주변에 노후 주택이 즐비해 안전상 깊게 땅을 팔 수가 없어 결국 옥상주차장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구는 이런 문제가 공모 사업의 한계점이라고 해명했다. 구 관계자는 “당시 유족이 거주하고 있고 주변엔 수풀이 우거져 지반 등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려웠다”면서 “디자인이 중요한 사업이다 보니 공모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사업자가 꼼꼼히 현장 환경을 확인하지 못한 채 디자인을 한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재 서구의회 의원은 “공모 사업이란 이유로 사전에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업인 만큼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전에 문제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