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택시업계의 사정을 봐줘 사실상 용인돼온 변종 사납금제가 앞으로는 법의 단속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납금제가 폐지돼 전액관리제(월급제)가 시행된 지도 3년째에 접어든 만큼 입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단속권을 가진 부산시는 법대로만 업계를 단속했다간 여러 회사가 문을 닫을 거라고 우려한다.

부산지역 택시업계에서 처음으로 폐업 공고를 한 부산 사상구 대도택시의 차고지. 연합뉴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최근 부산 수영구 소재 A 택시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한 부산시의 행정처분을 약식 인용했다. A 사는 사납금 제도를 금지한 전액관리제(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를 어겼다며 시 고발됐었다. 조사를 벌인 시는 지난해 6월 과태료 500만 원을 처분했다. A 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24일 패소가 결정됐다. A 사는 약식 인용 결정에 불복해 정식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로써 A 사는 부산에서 전액관리제를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확정받은 첫 업체가 됐다. 전액관리제는 2020년 1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택시 업체의 사납금 징수가 금지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업계의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단속은 사실상 부재했다. 이번 처분 역시 고발을 통해 조사가 진행돼 이뤄졌다.

사실 전액관리제는 경영 사정을 고려한 부산시 등에 의해 일부 용인돼왔다. 회사들 역시 이른바 ‘변종 사납금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벌어야 할 돈을 정한 뒤 여기에 모자란 만큼의 돈을 급여에서 깎는 방식이다. 제도는 도입 3년 차를 맞았지만,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강행 규정이 맞느냐는 논란을 틈타 이런 변종 제도가 성행했다.

부산만 해도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들어 하루 3만6000원(1인 1차·5시간40분 근로 기준)이 오른 탓에 되레 형편없는 임금을 받는 기사가 늘어났다. 부산 남구의 B 사를 다니는 한 택시 기사는 지난 1~6월 월급으로 ‘0원’을 받았다. 한 달에 500여 만 원을 맞춰야 하는데, 200만여 원밖에 채우지 못한 탓이다. 그는 검찰에 임금을 체불 당했다며 고소했지만 ‘전액관리제는 강행 규정이 아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났다. 그는 “회사는 오히려 내게 받아야 할 돈이 있다며 회계 장부에 기록해놓은 판이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식의 봐주기가 불가능해진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판결을 통해 “전액관리제는 강행 규정이며 기준금 부족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대로라면 변종 사납금제는 용인되기 어렵다. 부산지역 기사들은 자신이 기록한 매출액과 무관하게 월 170만~200만 원 수준의 고정된 기본급을 받아야 한다.

단속 주체인 시는 난감해한다. 업계가 경영 위기에 몰린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법대로 단속했다간 여러 업체가 도산할지 모른다는 거다. 시 관계자는 “업계가 죽니 사니 하는 판국이다. 법 위반이라고 무조건 처벌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국토교통부에 알려도 ‘법대로 하라’는 취지의 답변만 듣는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한 관계자 또한 “한 달에 300만 원을 벌어오는 기사에게 월급 200만 원을 주면 기름값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적자가 난다”고 걱정했다.

반면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집행을 주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한 관계자는 “법에 명백하게 규정된 사안을 두고 행정기관이 사정을 봐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