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동업자로부터 투자 실패를 추궁당하다 살인을 저지른 ‘금정구 의사 살해·암매장 사건’(국제신문 지난 4월 21일 자 6면 등 보도)의 범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암매장 현장을 수색 중인 경찰.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형사5부(박무영 부장판사)는 13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여·40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4월 6일 금정구 청룡동 한 주차장에서 투자 동업자인 의사 B(60대) 씨를 살해한 뒤 경남 양산시 원동면 구덩이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28년을 구형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인터넷 주식 카페에서 알게 된 B 씨와 동업했다가 투자에 실패해 큰 손해를 봤다. B 씨는 사무실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B 씨는 A 씨가 원금 약 1억 원을 생활비로 쓴 사실을 알게 됐다. B 씨는 돈을 갚지 않으면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며 A 씨를 독촉했다.

A 씨는 남편이 알게 되면 이혼을 요구할 것 같아 B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이에 지난 3월 31일 지인이 소유한 경남 양산시 원동면 경작지에 나무를 심겠다며 허락을 구한 뒤, 지난 4월 3일 포크레인 기사에게 요청해 깊이 1.3ｍ 폭 2.5ｍ 크기의 구덩이를 팠다. 이후 A 씨는 지난 4월 6일 금정구 구서동의 한 아파트에서 B 씨를 만나 청룡동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A 씨는 “한 달에 100만~150만 원을 줄 테니 찾아오지 말라”고 B 씨에게 전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미리 준비한 도구로 B 씨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A 씨는 범행 추적을 피하고자 지인으로부터 승용차를 빌린 뒤 인쇄물을 출력해 번호판을 가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A 씨는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던 B 씨 부인이 두 사람의 만남이 있었던 것을 의심하자 허위의 주식계약서를 만들어 갈등이 원만하게 조정된 것처럼 연출했다. 이를 위해 그는 B 씨를 살해한 다음 날인 지난 4월 7일 구덩이에서 사체를 꺼내 시신의 왼팔로 지장을 찍어 문서를 위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람을 통해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고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할 장소를 미리 섭외해뒀을 뿐 아니라 범행이 적발되지 않도록 범행에 사용한 차량의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다른 번호로 변경하는 등 범행 계획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 어떠한 정신적 경제적 보상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