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가족] “처음 알았는데 산부인과라고 해서 다 분만이 가능한건 또 아니더라고요. 와이프가 갑작스럽게 진통이 오거나 하면 병원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전국 자치단체가 43곳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경남도 예외는 아닙니다. 18개 시·군 중 9곳에선 아이를 낳으려면 경계를 넘어야 합니다. ‘저출산시대’ 분만 병원 없는 자치단체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경상남도 분만 가능 산부인과 현황. 그래픽 = 오찬영PD

현재 경남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사천·의령·함안·창녕·고성·남해·산청·함양· 합천 등 모두 9곳. 경남의 절반에 산부인과가 없는 셈입니다. 이중 의령·남해·함양·합천군은 보건복지부가 분류한 A등급 분만 취약지입니다. A등급 분만취약지란 1시간 이내 분만 의료이용률이 30% 미만이거나 60분 이내에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이 30%가 넘는 지역을 말합니다.

고위험 임신부를 받을 수 있는 응급 분만을 기준으로 보면 환경은 더 열악합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시에서도 24시간 응급 분만이 가능한 대우병원 산부인과가 2020년 문을 닫았습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국정감사)] “당장 출산을 앞둔 산모 입장에서 보면 산부인과가 없으면 얼마나 두렵겠어요.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산부인과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지난 2020년 산부인과 문을 닫은 거제 대우병원. 고제원 인턴기자

그렇다면 분만실 없는 동네의 임신부들은 아이를 낳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로 40분 이상 이동해 시·군 경계를 넘어야 합니다. 자가용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택시의 경우 시·군 경계를 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출산 경험자] “대우병원은 (산부인과가) 없어져가지고 (갈 곳이) 한정돼 있었거든요. 출산이라는 게 언제 나올지 모르잖아요. 가까운 데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갈 데도 마땅치 않은데 (아기를) 가지는 것도 고민될 것 같고, 장시간 이동하면 배뭉침이 일어나거든요. 1시간이 아니고 30분도 진짜 힘들어요.”

[임신부 가족] “와이프가 갑작스럽게 진통이 오거나 하면 병원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저희 거제를 비롯해서 다른 중소 도시더라도 인프라가 확충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올해 구급차 분만 건수가 97건이 있었어요. 농촌에서 살고 있는 산모가 아기를 낳기 위해서 이동을 하다가 구급차에서 분만한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를 경험한다면 둘째 아기를 가지려는 계획을 가질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산부인과를 열면 최대 10억 원의 장비·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사업 선정 지역에 최초 비용 지원 외에도 매년 운영비를 5억 원씩 지원합니다. 시설이 부족한 곳에는 시설 보수와 확장을 지원합니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에는 외래 진료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과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디테일하게 그 부분에 투입하는 인력과 환경들을 반영을 하는 정책이 아니라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전반에 대한 부분까지 그런 부분들이 간과되고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적인 사고로 보면 그 지역에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거죠. 제일 심각한 문제가 뭐냐면 전문의가 거기에 올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아이를 낳은 뒤 가는 산후조리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18개 시·군 중 민간 산후조리원이 있는 곳은 6곳에 불과합니다. 아이를 낳기 힘든 열악한 출산 인프라가 지역 소멸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구를 늘리려면 일회성 출산장려금뿐 아니라 출산·보육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공산부인과나 공공 산후조리원이 하나의 대안입니다.

[박준호 전 경남도의원 5분 발언] “ 전국적으로는 강원 충남을 비롯하여 6개 시도의 공공 산후조리원 12개를 이미 운영하고 있고, 경남에는 3월에 밀양시에 하나만 건립하고 있습니다. 공백 지역이 없도록 설치 확대를 부모의 마음으로 간절히 촉구합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마산의료원 같은 경우에는 분만을 하지 않고 있고, 산부인과 전문의는 한 분 밖에 없는 상황이라 공공의료에서 찾아오는 분만 인프라는 거의 없다고 보는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6월 개원한 밀양 공공산후조리원. 고제원 인턴기자

앞서 경남에선 처음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연 밀양을 가봤습니다. 이곳은 산모 8명을 케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조리원에는 9명(산모 5, 신생아 4)의 산모가 아이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문을 연 후 이곳을 거쳐 간 산모와 신생아는 모두 91(산모 47, 신생아 44)명.

[밀양 공공산후조리원 관계자] “다른 지역에서 지금 다양하게 오시고 계세요. 창원에서 좀 많이 오시고요. 김해에서도 오시고, 거제에서도 두 분 정도 오셨고, 창녕에서도 오셨고 평균적으로 가동률이라던지 보면 한 70% 정도...”



출산은 이제 지역, 나아가 국가의 존폐를 좌우할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길 기대합니다. 국제신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