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개최를 앞두고 부산 영도구 부산남고 이전 관련 학부모 및 동문회, 지역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남고학부모회 및 운영위원회, 부산남고총동창회·총동문장학회·발전추진위원회는 18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부산남고의 명지 이전 약속 이행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조민희 기자

부산남고학부모회 및 운영위원회, 부산남고총동창회·총동문장학회·발전추진위원회 소속 50여 명은 18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부산남고의 명지 이전 약속 이행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학부모와 동문이 찬성해 학교 이전을 추진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일부 지역주민의 반대로 이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학령인구 급감 속 학생의 피해가 심각한데도 매년 국감 때마다 되풀이하는 반대 측의 억지 주장에 교육감은 언제까지 발목 잡혀 있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2026년 3월 명지신도시 신설대체이전 로드맵 공표 및 이전 즉각 추진 ▷교육부 기준에도 없는 주민 동의 절차 요구하는 반대 측에 대한 교육감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한영희 부산남고 운영위원장은 “현재 2학년생 84명 등 한 학년당 학생 수가 100명이 되지 않아 내신성적 불이익과 선택과목 개설 폐지 등 학생들의 피해가 엄청나다”며 “2학년 5개 반에서 내신 1등급 학생이 없는 반이 있을 정도다. 특히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적정 학생수가 되지 않으면 주요 과목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이런 피해를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영도구에는 남학생 일반고가 광명고와 부산남고 두 곳이 있다. 두 학교 모두 한 학년당 학생 수가 67~97명 정도로 100명이 되지 않아 부산에서 손꼽히는 소규모 학교다. 거주자 기준 향후 두 고교의 한 해 신입생 수를 보면 2023년 86명을 시작으로 2031년에는 73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교를 우려한 부산남고총동창회 측은 2019년 12월 투표를 진행해 88%의 찬성률로 시교육청에 명지 이전 추진을 적극 요청했다. 이어 2020년 8월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설문참여자 대비 74.6%, 전체 학생 수 대비 59.7%가 각각 찬성해 행정적 동의 절차를 마친 상태다.

부산남고폐교반대 영도주민행동 소속 주민들이 지난 6일 시교육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영도주민행동 제공

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은 학교가 없어지면 교육 낙후 이미지가 강화로 인구유출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해 이전을 반대한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지역 의견 수렴 부족과 중투심 상정 보류를 요구했다. 부산남고폐교반대 영도주민행동 소속 권혁 사무총장은 “인근 학교를 합치면 일시적으로 학생의 내신 등 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교육청은 학교를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학령인구 유입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그동안 15회에 걸쳐 설명회 등 지역사회의 여론을 충분히 청취했고 학부모 과반 동의,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지원과 관계자는 “부산남고를 이전하면 광명고의 적정규모(24개 학급)화가 가능해지고 2031년 학급당 88. 5명으로 예상되는 강서구 일반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강서구에 교사 건립 일정을 감안하면 빠듯해 27일 중투심에서 안건이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수 교육감은 “교육청인 만큼 학생의 입장을 최우선에 두고 사안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