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23일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한 고시텔에서 “마약을 투약한 본인을 경찰이 미행한다”며 경찰에 직접 신고한 A(30대)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 밝혔다. 약물 중독으로 인한 환각 증세를 의심한 경찰은 국과수에 마약 양성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고 양성으로 확인되자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전에도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산지검이 압수한 멕시코발 마약. 국제신문 DB

A 씨와 같은 2030세대 사이에서 마약 투약 적발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마약사범자 중 2030세대가 과반수를 차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 구매가 활성화된 것이 2030세대 마약 투약 사범 증가의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부산경찰청은 전체 마약사범 검거자 중 39세 이하 검거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25일 밝혔다. 2018년 전체 검거자 814명 중 39세 이하는 232명으로 28.5%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엔 전체 822명 중 39세 이하 검거자가 472명으로 57.4%로 급증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관련 신고 접수는 일주일에 3~4건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들어온다. 과거에는 대면으로 마약을 구매한 반면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인터넷 사용이 원활한 2030 세대의 마약 사건으로 인한 검거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인 ‘아이스작대기’나 ‘떨’을 검색하면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게시물이 뜬다. 판매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혹은 다크웹(접속하기 위해서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웹)을 활용해 구매자를 모으고 결제는 가상화폐로 진행한다. 모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음지에서 마약 구매가 늘어나며 한국 역시 더 이상 마약청정국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5000만 명 대비 마약사범이 1만 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이라 일컫는데 한국은 지난 1~7월 사이 이미 마약사범이 1만 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 전국 4대 검찰청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마약사범에 대한 엄정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마약 구매가 2030세대를 넘어 10대까지도 확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처벌보다 예방 활동 강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부산 내 10대 마약사범은 8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9명, 올해는 지난 9월 기준 25명으로 폭증했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최창욱 본부장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검거되는 마약사범보다 암수율(검거 대비 실제 발생범죄 수)은 20~50배 정도 된다. 국내 마약사범 수가 1년에 약 2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국내에선 60만 명 정도가 마약중독자라 볼 수 있다”며 “갈수록 마약 사범의 연령이 어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강화활동을 펼쳐 이들이 중독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