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시설직 임용시험에서 자신의 친인척을 합격시키기 위해 청탁한 시교육청 간부 등의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고발을 접수한 지 1년2개월 만에 사건을 마무리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시교육청 시설직 임용시험 면접 때 청탁을 주고받은 혐의(지방공무원법 위반 등)로 A 전 교육지원청 교육장과 부산시교육청 시설과 직원, 면접위원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시험 당시 면접위원으로서 특정인의 합격을 주도한 부산시교육청 B 사무관은 지난 7월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내 주차장에서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시생 자살 사망 1주년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DB

경찰 조사 결과 청탁은 A 전 교육장의 사위가 필기시험에 합격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지난해 7월 부하 직원이었던 교육지원청 C 시설계장에게 전화해 ‘사위가 면접을 잘 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C 계장은 시교육청 시설과 직원 D 씨에게 연락해 “면접관이 누군지 알아보고 그를 통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D 씨는 B 사무관에게 C 계장에게서 전해들은 인적 사항을 건넸다.

B 사무관은 C 계장에게 전화해 청탁 취지를 재차 확인한 뒤 면접시험 예상 문제를 알려줬다. C 계장은 이를 A 씨에게 전달했다. A 씨는 사위에게 예상 문제를 건넸다. 사위는 A 씨가 알려준 문제가 누설된 기밀인 줄 몰랐으며, 시험에 합격했는데도 개인 사정으로 임용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에서 B 사무관은 교육장 사위에게 사전에 누출한 질문을 던졌다. 다른 면접위원에게는 그를 두고 “당장 투입해도 되겠다”며 좋은 평가를 하도록 이끌고, 연필로 특점 평가를 주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사위는 ‘우수’ 등급을 받아 시험에 합격했다.

경찰은 두 면접위원이 B 사무관의 의도에 맞춰 자기 뜻과 다르게 면접자를 평가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특정인에게만 우수 등급을 주면 통모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임의의 지원자들에게 일부러 ‘우수’ 또는 ‘미흡’을 줬다고 의심한다. 면접위원들이 응시자 일부에게 의도적으로 우수와 미흡 평정을 준 탓에 시험 공정성이 훼손됐고, 이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난 셈이다. 다만 청탁이 오가면서 대가가 전달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청탁의 매개자 중 한 사람인 C 씨는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단순히 A, B 두 사람의 말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최초 청탁자인 A 씨는 청탁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사위의 합격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당시 18세) 군의 불합격의 연결고리를 밝혀내지 못했다. 사위가 합격하면서 모집 부문이 다른 이 군의 불합격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면접에 응시한 공시생 이모(당시 18세) 군이 채용 과정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 알려졌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규정상 우수 면접자는 필기 점수와 상관없이 합격한다. 우수한 필기 성적에도 시험에서 탈락한 이 군은 ‘이런 구조라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합격이 안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좌절감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