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한 박병화(39)가 만기 출소하자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화성지역 주민 반발이 거세다. 조두순 김근식 등 악질 흉악범의 출소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하자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병화 출소 이틀째인 1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 초등학생 학부모 50여 명은 박병화의 원룸 앞에서 정명근 화성시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밀집지역인 이곳에 성폭행범이 거주하는 것에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봉담은 유초중고에 대학교까지 있는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었다”며 “그런데 반경 1㎞ 내에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소식에 지역은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사는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성범죄 재범이 발생하면 법무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대학가, 교육 밀집 지역이라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곳에 박병화의 거주를 허락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박병화는 퇴거하라”, “법무부도 각성하라”, “아이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해산했다.

전날 정 시장은 “박병화 가족이 임대차 계약 과정에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이를 명목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건물주도 당사자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불응 시 명도소송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 나아가 경기도는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성범죄 출소자의 갱생시설 입소 제한 기준 마련’ 건의문을 지난 20일 법무부에 보냈다. 건의문에는 학교 또는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이 인접한 갱생시설에 대해서는 성범죄자 입소 제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2006년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뒤 출소한 김근식이 의정부의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 주민들은 “이 시설 반경 1㎞ 이내 아동시설, 초충고 6곳이 있다”고 반발했다.

워너브로스의 배트맨 IP 속 가상의 범죄자 거주 지역 ‘아캄시티’. 이곳은 범죄자 수용소 주변에 마련된 범죄자 전용 거주 구역이다.

다행히 김근식은 출소 하루 전 추가 범행이 드러나 재수감됐지만, 박병화처럼 형기를 마친 흉악범은 지자체나 법무부 모두 주거지를 결정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2년 전 출소한 초등생 납치 성폭행범 조두순이 거주하는 안산시 단원구 와동 지역도 주민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이렇다 할 거주 제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경찰이 조두순 집 주변 초소를 세우는 등 사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 형법 개정 과정에서 ‘보호수용 제도’가 논의된 뒤 법무부와 국회에서 법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매번 불발됐다. 보호수용제도란 재범 위험이 있는 흉악범 등을 출소 뒤 법무부 산하 수용시설에 일정 기간 재격리해 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고 출소자의 사회 적응을 돕는 제도다. 여러 차례 이 제도가 추진될 때마다 헌법의 이중처벌 금지 위반에 저촉된다는 반대 주장에 막혀 통과가 쉽지 않았다. 형을 채운 이들이 사실상 재수감되는 것은 징역형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에 제대로 대응할 법 근거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자가 아동이 밀집한 학교 공원 등 시설로부터 일정 거리에 거주하지 못하는 ‘제시카법’을 둬 주거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아동 성범죄자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조두순 방지법’이 발의됐지만,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어서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법무부는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의 출소 뒤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