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이태원 참사’에 마음 아파한 부산시민들이 주말 저녁 서면(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 정부의 부실 대응이 참사를 낳았다며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부산 서면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촛불행동 제공

부산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5시~7시10분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산지역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연대체다. 이날 집회에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이게 나라냐’고 적힌 팻말을 들며 당시 정부의 미흡했던 대처를 질타했다.

집회는 추모 묵념·시민 발언·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하트조형물에서 롯데백화점, 서면교차로, NC백화점, 다시 하트조형물로 행진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시민분향소와 추모의 벽을 설치해 누구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했다. 참석자는 20대 청년부터 60대 장년까지 다양했다. 집회는 엄숙한 분위기 아래에서 진행됐지만, “책임자 규명”을 외칠 때는 크고 단호한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이날 시민 발언자로 나선 택시 기사 안현국(60·부산 금정구) 씨는 “세월호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생때같은 아이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그런데도 ‘애도만 하고 책임은 묻지 말라’는 식의 정부 태도에 개탄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부산촛불행동은 다음 주 토요일인 오는 12일 오후 5시에도 촛불집회를 열어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책임자 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부산지역의 다른 시민단체 역시 이태원 참사 추모 계획을 세웠다. 오는 8일엔 부산 6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가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연다. 20여 개 단체로 꾸려진 연대체 부산민중행동은 오는 11일 저녁 추모 거리 행진에 나선다.

서울 도심에서도 지난 5일 정부의 책임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는 약 5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했다. 한편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두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애도하며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