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잡쉈는교?” “이제 줄 서러 갑니더. 오늘 동네 사람들 억수로 많이 왔네예.”

15일 부산 동구 좌천동 매축지마을에서 열린 ‘마을 국수 나눔 잔치’ 행사를 찾은 주민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15일 낮 12시 부산 동구 좌천동 매축지 마을 골목은 구수한 멸치 국물 냄새로 가득했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이날 사회복지연대·부산시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국수 나눔잔치를 열었다. 마을 주민은 삼삼오오 모여 김치 애호박 등의 고명이 올라간 국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트로트 공연도 펼쳐져 좁은 골목은 활기가 넘쳤다. 마을 주민 정 호(65) 씨는 “맛있는 국수를 먹으면서 신명 나는 노래도 들을 수 있어 오랜만에 즐겁다”며 웃었다.

국수 나눔 행사는 매축지 마을의 전통이다. 우리마을은 지난 10년 동안 매축지 마을 주민과 취약계층 공동체 지원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국수 나눔행사를 이어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동안 중단됐다 지난 6월 재개했다. 행사는 우리마을의 대안가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올해 행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부산시가 올해 3억 원이었던 대안가족 사업 보조금을 내년에는 1억5000만 원으로 반토막 냈기 때문이다. 또 부산은행의 기부금도 코로나19로 2년 동안 사업이 중단되며 끊겼다. 물가 상승으로 국수 재료비도 배 이상 올라 재료 구입비가 예전 50만~60만 원에서 최근에는 130만 원까지 급상승했다. 우리마을 김일범 국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국수를 나누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매축지 마을의 전통이 예산 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합2지구 재개발이 본격화하면 살 곳을 잃은 원주민이 마을을 떠나야 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고 토로했다.

매축지 마을은 부산 근현대사의 굴곡이 담긴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취약계층과 노인 비중이 높다. 일제강점기때 일본군이 군수 물자를 옮기기 위해 바다를 메워 만든 땅에 한국전쟁 피란민이 피란촌을 형성하며 마을이 형성됐다. 1990년대부터 이어진 재개발 광풍으로 현재 원주민은 약 980가구만 남은 상태다. 취약계층과 노령층이 대부분인 원주민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정착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