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 이후로 부산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건수 뿐 아니라 검거율도 껑충 뛰었다.

아동학대 이미지. 국제신문DB

부산경찰은 지난해 아동학대 관련 112 신고 건수가 1027건에 달한다고 19일 밝혔다. 2020년 신고 건수가 714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43.8%가 늘어난 셈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이미 964건이 신고된 상태다.

경찰 등은 아동학대 관련 신고가 늘어난 이유로 ‘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지목한다. 이 사건은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입양한 뒤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엽기적인 범행으로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지만, 오히려 아동학대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건 이후 112 신고 건수 대비 검거율도 가파르게 증가한다. 2020년 검거율은 35.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8.3%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까지 집계된 검거율은 49.4%에 이른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신설, 여청강력팀 운영 등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가정 내 아동학대 비율이 높다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0년 아동학대 가해자(290명) 중 가족(부모, 친·인척)이 223명(76.8%)에 달한다. 지난해 역시 가해자 649명 중 519명(79.9%)이 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엄연한 폭력을 가정 내 훈육으로 해석하는 부모의 관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산시 김혜윤 아동보호종합센터장은 “가정 내 아동학대는 잘 드러나지 않아 주변의 적극적 신고가 필수적이다”라며 “미약한 폭력이 심각하게 발전하지 않도록 초기 폭력을 행한 부모에게 재발방지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아동학대 행위자를 특정해 재학대를 방지하는 ‘아이사랑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대 정도를 감안해 경찰과 지자체의 판단으로 경미한 폭력을 행사한 부모에 10회에 걸쳐 1:1 맞춤형 상담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예산상 한계로 인해 사업 대상 인원이 연간 200명에 그친다는 문제도 있다. 관련 사업 예산(2억4000만 원)은 모두 시비에서 지원된다. 김 센터장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