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부산지역도 올해 3명 등 최근 5년 동안 5명이 숨졌지만 정신건강 치료 인프라의 지역별 불균형이 심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방공무원의 구조 모습. 국제신문DB

부산소방본부는 올해 소방공무원 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고 28일 밝혔다. 2017년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올해 4·6·11월 30대 소방 공무원 3명이 숨져 5년 동안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은 전국적으로 올해만 18명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5년 동안 67명이 숨져 연 평균 13.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20대 자살은 최근 5년간 10만 명당 21.5명으로 심각하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소방공무원 심리부검면담 결과 자살 원인은 ▷직장문제(89.5%) ▷정신과적 문제(84.2%) ▷경제문제(44.7%) 순으로 나타났다.

참혹한 사고 현장 수습 등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의 정신·신체 건강 지표도 암담하다. 지난해 전국 소방 심리평과 결과를 보면 ▷수면장애 8.8% ▷외상후 스트레스(PTSD ) 5.1%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겪는 비율 15.7%에 달한다. 부산 소방공무원 건강이상자 비율은 69.6%로 전국 평균(64%)보다 5%포인트나 높다. 한 소방 관계자는 “아수라장인 사고 현장 출동 이후 상해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동료가 많고 야간 출동을 나가면 욕설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 강서구 식만동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1명이 다치기도 했다.

문제는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인프라가 소방관서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PTSD를 병원과 연계해 치료할 수 있는 소방 정신건강치료센터는 부산에 모두 22곳이 있으나 강서구와 기장군에는 없다. 상담이 가능한 심신안정실도 16개 구·군의 안전센터(전체 60개소) 가운데 21곳에 없으며, 11개 소방서 가운데 보건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부서가 없는 곳도 3곳이다. 여기에다 부산지역 3700명 소방관의 전문 심리상담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6명 뿐이다.

한국노총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배한진 부산본부장은 “처음 만난 상담 요원에게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처음부터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는 소방공무원은 드물기 때문에 소방관의 정신 상담 시설 및 상주 인력 균형 배치는 매우 중요하다”며 “본인이 미처 정신적 문제를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상주 인력이 있으면 지속적·정기적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산소방본부는 단계적으로 소방공무원 심신건강 안정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찾아가는 상담실과 PTSD 고위험군 대상자 심층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심신안정실을 확대하고 강서구 기장군 의료기관과 정신건강치료센터 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진 부산시의회(복지환경위원회) 의원은 “소방관의 건강은 개인을 넘어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적 재산인 만큼 지역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