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석 사고 산책로는 2년째 통제
- 영도 절영해안로도 일부 손상돼
- 명소 개점휴업 잦아 지자체 고민

부산 서구의 대표적 바닷가 관광시설들이 지난 9월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개점휴업’ 상태다. 관할 지자체는 안전 우선으로 복구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위치상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라 자연재해 때마다 ‘파손 후 보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안가 관광시설에 대해서는 갈수록 세지는 태풍 규모를 감안해 설치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부산 서구 송도구름산책로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파손돼 3개월째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원준 기자

13일 취재진이 찾은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용궁구름다리엔 ‘시설물 정비로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파손된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광객 방문을 막고 있다. 송도용궁다리는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을 연결한 송도구름다리가 2002년 태풍 셀마로 파손돼 철거되자 18년 만인 2020년 완공한 바다 위 관광시설이다. 서구는 국·시비·구비 등 49억 원을 들여 암남동 동섬에서 바다로 걸어나가 송도케이블카 하차지점 인근까지 걸을 수 있는 127ｍ 규모의 송도용궁다리를 개장했다. 바다 한복판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코스로,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연간 30만 명 정도가 방문할 만큼 인기 관광지다.

송도용궁구름다리 파손 모습. 서구청 제공

하지만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시설 일부가 파손돼 3개월 넘게 복구 공사를 진행하면서 출입이 금지됐다. 대구에서 온 관광객 윤모(29) 씨는 “여기 와서야 다리를 걸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용궁다리를 통해 동섬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기암절벽이 만들어낸 풍경이 좋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가야 해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2㎞ 거리의 송도구름산책로 역시 힌남노 때 시설이 파괴돼 입장이 통제됐다. 서구 거북섬을 둘러싸고 산책하는 형태의 구름산책로도 2016년 개장한 이래 공휴일 방문객만 최소 1만 명에 달하는 ‘핫플’이다. 서구는 두 시설의 복구 예산 11억여 원을 확보한 상태로, 재개장 시점을 각각 내년 2월과 4월로 밝혔다. 하지만 설계용역(안전진단)과 준공 과정이 늦춰질 수 있어 복구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외 2년 전 낙석 사고가 발생한 송도해안산책로 역시 현재까지 복구가 안 되고 있고, 영도의 절영해안산책로도 태풍 이후 일부 구간을 통제한 채 복구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향후 관광 목적으로 해안가에 시설을 지을 경우 설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다리 모두 바람세기 40㎧에 견딜 수 있게 설계돼 힌남노처럼 최대풍속 50㎧ 태풍에서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동아대 이정재(건축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강도가 강화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존 시설물에 대한 가이드라인 변경은 필수”라며 “기초지자체 단위에선 데이터가 부족하고 연구 여력도 작기 때문에 우선 시 차원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