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동거남과 짜고 그의 여동생을 차량에 태운 뒤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이른바 ‘부산 동백항 차량사고’의 공범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부산 기장군 동백항 차량사고 당시 CCTV.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최지경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범 A(여·43)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5월 3일 이 사건 주범이자 동거남인 B(사망·44) 씨와 공모해 B 씨의 여동생 C(41) 씨를 차량 운전석에 태운 뒤, B 씨가 조수석에 탑승한 채로 차량을 조작해 바다로 추락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또 지난 4월 18일 부산 강서구 둔치도 인근에서 C 씨가 스스로 차를 몰고 물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시도한 것을 도운 혐의(자살방조미수 등)를 함께 받는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C 씨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A, B 씨가 공모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C 씨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연명 치료를 중단해 살날도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 또한 수감 중이라 경제 사정이 나빴다. 이런 사정 탓에 C 씨는 오빠인 B 씨에게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C 씨는 보험금 수령자를 B 씨로 변경했고, 스스로 차를 몰고 물가에 들어갔으나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첫 사건 당시 B 씨가 자신의 차량이 아닌 C 씨의 차량에 그를 태운 뒤 운전해 범행 장소로 이동한 점, A 씨가 B 씨의 차량 앞뒤로 자신의 차를 운전하며 범행지로 향한 점, B 씨가 홀로 거동조차 어려웠던 C 씨를 놔둔 채 A 씨의 차를 타고 범행 장소를 떠난 점, B 씨 역시 경제적 사정이 나빠 보험금을 받을 필요성이 충분했던 점 등을 들며 A, B 씨가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공동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C 씨가 사망하게 된 두 번째 사건 또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공동 범행이라고 봤다. A, B 씨는 1차 범행이 미수에 그친 직후 자동차 보험의 수령자 변경이나 명의 이전을 시도했다. 사망보험금은 6억5000만 원 규모였다. 실제로 C 씨의 자동차 보험은 A 씨에게 넘어갔고, 애초 A 씨의 소유였던 사고 차량 또한 C 씨로 명의가 바뀌었다. 이는 사망보험금 수령에 필수적인 부분인 동시에 오로지 사망보험금 수령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A, B 씨는 수시로 인적이 한적한 물가 등을 물색하거나 예행연습을 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고도 덧붙였다.

A 씨 측은 B 씨 홀로 범행을 계획했을 수 있으나 자신은 알지 못했으며, 범행에 가담한 적도 없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장소를 물색하며 B 씨에게 내용을 공유한 점, 따로 다닐 이유가 없는데도 B, C 씨를 따라다니며 범행 장소를 방문한 점 등을 들며 A 씨를 두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수취를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이용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려다가 미수에 그치자 이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고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이던 피해자를 자동차에 태운 채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것으로서 재산상 이익을 목적으로 범행한 점, 범행 방법과 장소 등을 사전에 공모한 계획적인 범행인 점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런데도 A 씨는 사망한 B 씨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바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범이자 주범인 B 씨는 지난 6월 3일 경남 김해시 한 공사장 인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B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