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몰라 집에가는 버스도 타지못했는데 지금은 어디서든 탈수있어 너무 좋아요.”

양산시의 ‘찾아가는 한글교실’ 초^증등 과정 졸업생들이 졸업식 후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있다. 양산시 제공

지난 21일 오후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한글교실’(성인문해교육) 졸업식장.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문맹일 때의 고충과 함께 한글을 깨친후 겪은 경험담 등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졸업을 아쉬워했다. 초등과정을 졸업한 한 할머니는 “한글을 몰라 어린 손자가 글자를 물을 때 얼버무린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끈 거린다. 글자를 깨치니 세상을 다시 사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등 첫 졸업생 배출을 기념해 이날 학생 13명은 ‘춘향전’, ‘갑돌이와 갑순이’ 연극공연도 했다. 이들은 전문 연극인의 지도로 지난 6개월 간 갈고닦은 연기력을 한껏 뽐내 큰 박수를 받았다. 춘향전 이도령역의 장옥자(75) 할머니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찌할지 몰라 머리속이 하해 졌다. 선생님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난생 처음 무대에 서니 감개무량해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산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이 어르신의 늦깎이 평생학교 역할을 독톡히 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있다.

이날 한글교실에서는 초등과정 30명, 중등과정 15명 등 모두 4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중등 졸업생 배출은 올해 처음이다.2010년 문을 연 양산시 한글교실은 처음에는 한글교육만 했다. 그러다 2016년 초등, 2019년 중등과정 학력인증학교로 각각 지정돼 지금은 한글교육과 초·중등 교육과정을 동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학습자 2791명, 누적 졸업생 203명을 기록해 경남 지자체 운영 한글교실 중 가장 많은 학력 인증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들 평균 연령은 70대이다. 물금읍과 양주·삼성·중앙동, 웅상지역 4개동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복지관의 강당과 회의실 등을 교육장으로 운영 중이다.

양산시의 한글교실 초^중등 과정 학생들이 졸업기념으로 ‘춘향전’ 연극 공연을 하고있다. 양산시 제공

나동연 양산시장은 “호응이 좋아 내년에는 2개반 늘린 26개반의 한글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글교실이 지역 어르신의 꿈을 키우는 만학의 교육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