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대원, 전문장비 없이 진압

크리스마스 새벽 부산 금정구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80대 노부부가 숨지고 이들을 구하려던 구급대원 3명도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방화복도 입지 못하고 인명을 구조하려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25일 새벽 부산 금정구 주택에서 불이 나 80대 노부부가 숨졌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소방본부는 25일 새벽 2시14분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2층 단독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7분 만에 꺼졌다고 밝혔다.

이 화재로 거주자 A(89) 씨가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B(여·84) 씨는 현장에서 목숨 잃었다. 이들은 부부 사이로 알려졌다. B 씨는 북구 화명동에 사는 아들에게 ‘집에 불이 났다’고 전화했고, 아들이 소방에 신고했다.

초기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3명도 경상을 입었다.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온천119안전센터 김대영 소방장과 이동훈(30)·손용빈(27) 구급대원이었다. 불이 난 곳은 금정구지만 행정 경계에 있어 동래소방서 소속 온천119안전센터가 가장 가까웠다. 구급대원은 환자 응급조치와 병원 이송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한 방화복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 사람이 갇혀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들은 뒤이어 도착한 소방용수 공급용 물탱크 차량의 호스를 끌어다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동훈·손용빈 구급대원은 전문 장비도 없었지만 다급한 마음에 현관문을 발로 차서 강제로 개방했다. 그런 다음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펑’하는 파열음이 들리면서 주택 2층 창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함께 호스를 잡고 있던 김 소방장은 폭발 과정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파편에 오른쪽 어깨를 맞아 부상을 입었다. 이 씨와 손 씨도 가까이에서 화재 진압을 하다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소방장은 “사람이 집 안에 있다고 하니 일단 불부터 끄자는 마음이었다. 소방대원이 빨리 들어갈 수 있게 조금이라도 물로 길을 터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노부부 두 분 다 돌아가셔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새벽시간 발생한 화재인 만큼 고령인 80대 노부부가 화마를 미처 피하지 못한 걸로 봤다. 소방 관계자는 “최초 발화는 안방과 작은 방 외에 다른 곳에서 시작한 걸로 추정하고 오는 29일 국과수 등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