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유산 신청 선행돼야 하는데
- 구는 주민친화시설 설치 희망
- “경기부양 고려… 신중한 입장”

부산시가 부산항 제1부두를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에 포함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지만, 관할 기초지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논란이 인다.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경.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중구는 지난해 10월 부산항만공사가 신청한 ‘부산항 제1부두’ 등록문화재 신청 건에 대한 검토의견 제출 요청을 보류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시 문화재보호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부두 소유권자는 항만공사지만, 문화재로 신청하기 위해선 문화재 소재지 지자체장의 검토 의견을 받은 후 신청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구가 제1부두 문화재 등록 검토를 미루면 시가 추진하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유네스코 등재도 발목이 잡힌다. 시는 제1부두를 포함한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아미동비석·부산근대역사관·우암동소막 등 9개 문화유산을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으로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려 한다. 그러나 유네스코 문화재 등재는 국내 문화재 등록이 선결조건으로 꼽힌다. 중구가 검토를 미루는 바람에 현재 ‘부산항 제1부두’를 제외한 8개 문화재만 문화재 등록을 마쳤다.

중구는 주변 개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문화재 지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구 대청동에 있는 부산근현대역사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일대가 문화재로 지정된 후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상권이 침체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구는 부두 부지에 구민을 위한 체육시설 혹은 주민친화시설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부산항 제1부두가 문화재로 등록되면 북항재개발 사업을 통해 침체된 경기 활성화 발판을 마련하려던 구로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중구에 부산항 제1부두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편의시설 설치를 추진하는 중구의 제1부두 문화재 등록 검토 보류가 몽니로만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항재개발 이후 부두 일대가 공원으로 용도가 바뀌어 시로 소유권이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부산항 제1부두가 가진 역사성을 고려해 이 일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