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강 앞두고 원룸 구하기 전쟁
- 월세 15~20만원 더 줘도 귀해
- 백반 가격 5500원 → 7000원
- 알바해도 벅찬 비용에 한숨만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 등으로 얼어붙었던 대학가 원룸촌이 새학기를 맞아 방을 구하려는 신입생·재학생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하지만 고공행진 중인 생활물가에 원룸 보증금 및 월세까지 부쩍 올라 다음 달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근처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한 학생이 원룸 임대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14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인근 원룸 밀집 지역 일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방을 구하려는 대학생들로 연일 북적였다. 코로나19로 텅 비었던 원룸촌에 다시 학생들이 채워지며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져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찾는 문의가 빗발쳤다. 10년 넘게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50대 A 씨는 “대면 수업이 자리 잡으며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도 방을 구하려고 몰려 매물 확보에 애를 먹었다. 지금은 괜찮은 방은 다 나간 상태라 기숙사에 떨어진 신입생들이 방을 못 구해 난리다”고 말했다.

장전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대학 원룸가 월세와 보증금은 최근 2년 새 부쩍 올랐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6000만~7000만 원이던 전세 매물이 최근 보증금을 2000만~3000만 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30만~40만 원 받는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며 체감 인상폭이 대폭 커졌다.

신축 원룸의 월세 상한선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모든 호실 계약이 완료된 약 18㎡(6평) 규모의 신축 원룸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부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 B 씨는 “70만 원이면 5년 전에는 스리룸(방 3) 월세였는데 요즘 신축은 60만 원 대는 아예 나오지가 않는다. 원자재 값 인상과 고금리 영향 등이 신축 원룸 월세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년간 휴학했다가 다음 달 복학 예정인 최모(23) 씨는 “10년 넘은 구축이라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휴학 전에는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면 치안도 불안하지 않고 깨끗한 원룸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10만~15만 원은 더 줘야 그런 방을 구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공실률을 낮추고자 가격을 내렸던 원룸도 하나 둘 가격을 올리고 있다. 부경대·경성대가 있는 남구 대연동 C 공인중개사무소는 “코로나 때 워낙 어려워 전·월세를 300만 원에 30만~35만 원으로 내렸다가 지금은 다시 500만 원에 40만~45만 원으로 올린 데가 많다”고 말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자취생이 흔히 찾는 백반집 물가도 대폭 올랐다. 부경대 4년생 김모(24) 씨는 “신입생 때 생긴 백반집 순두부찌개가 5500원이었는데 지금은 7000원이다”며 “학식을 잘 안 먹었는데 최근에는 5000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교내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부산대생이 자주 애용하는 북문 인근 식당가도 한끼 5000~6000원 선에서 지금은 7000~8000원 선이다.

먹고 자는 비용이 늘자 대학생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은 대출이다. 한국장학재단은 학기당 150만 원 한도 내에서 1.7% 고정금리로 생활비를 대출해준다. 경성대 재학생 이모(25) 씨는 “지금은 금토일 홀서빙 알바를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는데 개강하면 병행이 어려울 것 같아 그만두고 생활비 대출로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며 “돈이 다 떨어지면 금융권 대출 등도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