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오는 5월 성범죄 전과자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서울 고위험 성범죄자 400여 명 중 대부분이 거주지를 이전해야 한다. 이들은 결국 어디로 가게 될까.

우리나라는 고위험 성범죄자 관리를 위해 전자발찌 위치 파악 시스템인 ‘전자감독제도’를 시행 중이다. 또 배달 대행업이나 대리기사 등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업종에는 종사하지 못하도록 ‘취업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살든지 제한은 없다. 심지어 피해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살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경기 안산시에서는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출소 후 피해자 거주지와 같은 안산에 살았고 지금까지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피해자는 이사를 가야만 했다.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은 불만을 나타냈고 불안해 했지만 그의 주거지를 제한할 수는 없었다.

성범죄 전과자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법무부는 사회적 논란과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위험 성범죄자 재범방지 대책으로 이 법을 내놓았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자에 의해 잔인하게 목숨을 잃은 9살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따서 만들졌다. 이 법에따라 미국의 아동성범죄자들은 평생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며 살아야하고, 학교, 공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00피트(약 610m) 이내 거주가 불가능하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겠다는 점은 미국과 같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 전과자는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 반경 500m 이내에서 거주할 수 없다. 다만 영토가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주거지 제한에 어려움이 있어 한국 사정에 맞는 조건과 세부 내용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고려해 범행을 반복했거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한다.

이 법에서 거리 제한을 두겠다지만 이것만으로 안전장치가 될까. 제시카법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한다. 조충영(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처럼 광활한 나라라면 실효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교통이 발달되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충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형 제시카법’ 실효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오미래

아직 ‘한국형 제시카법’의 거주지 제한 대상이나 거리, 방식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법이 시행되면 수도권 및 대도시 거주 고위험 성범죄 전과자 상당수가 도입과 동시에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주지 제한 범위를 피하다보면 성범죄자가 지방이나 낙후지역으로 쏠릴 수도 있다. 만약 특정 지역에 ‘범죄자 다수 거주 지역’이라는 낙인이라도 찍힌다면 이 또한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조 교수는 “결국은 서울과 지방에서 다 아무리 중소도시라 하더라도 학교가 없는 곳은 없다”며 “근본적인 범죄 감소 효과라기보다 결국은 내가 피해를 안 보고 네가 피해를 보라는 폭탄 돌리기 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거주지 제한 기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한다. 경남 진주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학교나 어린이집에만 제한을 두면 성범죄자가 원룸촌이나 대학가로 올 수도 있다는 건데 무섭다”고 불안함을 전했다. 성범죄자가 거주지 제한에 따라 도시 외곽으로 갔다가 생계가 여의치 않으면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관리·감독이 더 어려워져 더 큰 재범확률과 불안을 낳을 수도 있다.

성범죄자가 이미 형량을 치르고 출소한 터라 어떻게 하면 그들의 거주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도 풀어야할 과제다. 조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미국은 세계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의 하나인데, 무작정 그런 나라의 제도를 들고 올 게 아니라 잘 되고 있는 국가의 제도를 표본삼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