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금마저 반토막 나 경영난
- 시·구·군 중 지원 수영구 유일
- 시의회 “추경편성·조례개정을”

최근 물가 폭등으로 취약계층의 결식 위험이 날로 커지지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노인·종합 복지관과 달리 장애인복지관은 기초수급·차상위 계층 장애인이 끼니마다 식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례가 없어 지자체의 식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들은 시 지원금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후원금까지 반토막 나 막다른 지점에 도달했다고 토로한다.

20일 부산지역 한 장애인복지관 식당을 찾은 시민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20일 오전 11시20분께 부산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식당에는 점심을 먹으러 온 장애인 이용자로 가득 찼다. 여느 복지관 점심시간처럼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이곳은 무료급식을 주는 종합복지관과 달리 ‘유료’ 급식소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도 매끼니 1000원의 식비를 내고 있다. 식당 이용자들은 두꺼운 외투 안주머니, 허리춤에 찬 가방 등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를 빨간 돈통에 넣고 점심을 달게 먹었다.

이날 시와 사상구장애인복지관 등에 따르면, 부산 17개 장애인복지관에는 하루 평균 2971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이중 절반인 48%(1418명)가 점심을 먹는다. 장애인복지관은 한 달 기준 4만2000끼를 제공해 결식 위험이 높은 저소득 장애인의 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다. 특히 사상·사하·영도·북구는 저소득 장애인이 이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해 복지관에서 먹는 점심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경우가 많아 영양가 있는 식사가 절실하다.

그러나 이처럼 취약계층 장애인이 밥 한술조차 공짜로 먹을 수 없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노인·종합사회복지관과 달리, 장애인복지관은 이용자가 끼니당 1000원에서 3500원의 요금을 부담한다. 시가 저소득 노인 무료 급식에 약 4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구·군 보조금을 더해 단가 3500원의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장애인복지관은 이용자가 낸 돈만으론 턱 없이 부족해 사업 수입과 기업 후원금에 의존한다. 사상구복지관은 지난 3년 동안 매달 150만~200만 원의 식비가 모자라 후원금 등으로 메워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업후원금도 50% 이상 빠졌다.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정화주 관장은 “시와 구에 이대로 가면 식단이 부실해져 운영이 어렵다고 여러 번 호소했지만, 근거 조례와 예산이 없어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1200원에서 1500원으로 한 끼 단가를 맞춰 식단을 짜야 하니 경험 많은 영양사도 못 하겠다고 그만두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현재 시와 16개 구군 중 장애인 복지관에 급식비를 지원하는 건 수영구가 유일하다. 구는 지난해부터 연간 1500만 원을 투입해 저소득 장애인 25명의 식비를 지원한다. 구 관계자는 “시에 예산 반영 가능성을 문의하니 어렵다고 해서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승인을 거쳐 구비 100%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는 시와 구·군에 취약계층 장애인의 무료급식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윤태한(국민의힘) 부산시의원은 “시가 근거 조례가 없다는 이유로 저소득 장애인 결식 위험과 영양 불균형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신속한 추경 예산 편성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위한 운영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무료급식 대상인 저소득 장애인 인원과 소요 예산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