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동장군이 물러나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봄이 오고 있다. 기다렸던 봄이건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봄꽃을 시샘한 꽃샘추위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며, 파란 하늘을 황사가 뿌옇게 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사는 그야말로 반갑지 않은 손님, 봄의 불청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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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도시철도 2호선 못골역 인근이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뿌옇게 변해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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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는 중국 북부, 몽골의 건조한 사막지대나 황토고원에서 바람에 날려 올라간 다량의 흙먼지가 온 하늘을 덮고 떠다니다가 서서히 하강하는 현상을 말한다. 황사가 심할 때는 하늘이 황갈색이 되고 햇빛이 흐려지며, 지면이나 물체에 흙먼지가 쌓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는 내몽골고원, 고비사막, 중국 북동지역 등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건조한 땅이 봄이 되어 녹으면서 토양이 잘게 부서져 부유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때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강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떠오르고,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이동해 오면서 서서히 떨어져 황사가 관측된다. 중국 공업지대를 지나오는 흙먼지에 카드뮴이나 납 같은 중금속이 섞여 호흡기 질환, 안질환, 피부염 등의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황사의 크기는 대부분 2~10㎛로 머리카락 굵기(50~70㎛)의 1/5~1/7다. 코털이나 코점막에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까지 침투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황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민의 생활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와 황사는 무엇이 다를까?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를 통칭하여 미세먼지로 부르는데, 황사도 미세먼지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둘의 차이는 크게 발생 원인, 발원지, 성분 등에 있다. 황사는 <삼국사기>에 174년 신라에 흙비(雨土)가 내렸다는 최초의 기록이 보여주듯, 오래전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해 온 흙먼지 현상이다. 주로 중국과 몽골로부터 유입되며, 흙먼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섞이지 않는다면 토양 성분이 주를 이룬다. 반면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의 배출가스, 화석연료 연소 등 산업과 경제 활동으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만든 입자의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주로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중국에서 수송되거나 국내에서 배출되고, 중금속이나 유독물질 등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을 포함한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2014년부터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을 구성하여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은 전국 30곳에서 미세먼지(PM10) 관측소를 운영해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감시한다. 또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 자료와 수치예상일기도, 위성영상(천리안 2A호) 등을 통해 발원지의 황사 발생과 이동 방향을 분석하여 황사를 예보하고 있다. 황사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기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를 참고하여 매일 미세먼지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황사 관측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4.2일의 황사가 관측되었다. 봄철에는 평균 3일, 가을과 겨울에는 각각 0.5일, 0.7일 발생하였으며 여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황사는 유독 봄에 많이 나타나기에, 황사가 발생하면 따뜻한 봄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은 미루고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하고 가급적 장시간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식약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등 생활 수칙을 따라야 한다. 또한, 기상청 날씨누리 또는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수시로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겠다.
머지않아 찾아올 봄에도 황사가 뒤따라올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봄의 불청객이 우리를 괴롭히겠지만,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황사 정보에 귀 기울여 철저히 대비한다면 건강도 지키고 따뜻한 봄날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황사로 하늘이 흐린 날에도 모두의 마음은 맑은 이번 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