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9일 선거 앞서 후보 등록
- 형 집행 5년 지나 제한 없지만
- 노동계선 “부적절” 우려 목소리
한국노총 부산본부의 새 수장을 뽑는 선거에 부산시 보조금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의장이 후보로 나서 뒷말이 무성하다.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썼던 이가 또 다시 조직 전반을 관리하려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 부산본부는 의장과 사무처장 러닝메이트제로 치러지는 차기 의장 선거에 2개 후보조가 출마한다고 26일 밝혔다.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마감된 후보 등록에서 S 현 의장 후보조가 기호 1번, L 전 의장 후보조가 기호 2번을 부여받았다. 2017년 첫 당선된 S 의장은 이번에 3선 도전에 나섰다. L 전 의장은 2009~2016년 3차례에 걸쳐 부산본부 수장을 맡았다. 선거는 다음 달 9일 대의원 대회에서 진행된다.
부산지역 노동계는 L 전 의장 출마로 어수선하다. 그가 의장 재직 시절 보조금 횡령 문제로 두 차례 구속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6월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법부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부산본부 산하 5개 노동상담소 중 4곳의 직원 수를 부풀려 보고해 시 보조금 1억7117만 원을 부당 수령한데 이어, 외국 노동단체와 국제교류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6031만 원을 챙긴 것으로 판단됐다.
법정구속 뒤 그는 횡령 피해액 중 1740만 원을 시에 반납하고 3456만 원을 노조 앞으로 변제공탁하는 것으로 법원의 보석 결정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L 전 의장은 걸어둔 공탁금을 2년간 그대로 뒀다가 2014년 8월 노조 대표 자격으로 출금해 자신과 부인 계좌로 빼돌려 개인 용도로 써, 2016년 6월 징역 1년 6개월을 새로 선고받았다. 같은 해 9월 항소 또한 기각됐다.
현 선거관리 규정상 법정형에 처한 조합원의 피선거권 제한은 형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5년까지다. L 전 의장은 형 집행이 종료된 지 5년이 지나 출마에 규정상 제한이 없다.
다만 부산본부 산별 노조 일각에서는 그의 출마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L 전 의장 구속으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의장 공석 상태가 빚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시 보조금 부문에서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다시 의장 선거에 나서는 것을 누가 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올해 부산본부가 받는 시 보조금은 노동상담소 운영 비용 등을 더해 17억 원 수준이다.
취재진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견해를 묻고자 L 전 의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끝에 문자를 받았다. L 전 의장은 “의장 선거에 즈음하여 기사가 나가면 선거에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망신주기 흑색선전 등을 일삼고 있다. 심도 있게 생각해 주시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 정중하게 인터뷰 요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