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셉트 불분명·단순 전시공간 등
- 이용률 저조, 개관1년 안돼 폐관
- 區, 관광거점시설로 재개장 예정

수년간 거론되던 철거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해 3월 옛 해운대역사에 들어선 청년예술공간이 개관 1년도 안 된 지난달 문을 닫았다. 6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했지만 불분명한 콘셉트에 단순 전시 공간 등 매력 요인이 부족해 청년 예술가의 외면을 받아왔다는 지적이다.

27일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에 마련된 청년공간 ‘해운대아틀리에 칙칙폭폭’을 찾은 시민이 휴관 안내문을 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는 옛 해운대역사 내 ‘해운대아틀리에 칙칙폭폭’(468.5㎡)을 관광 거점 시설로 재개장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이곳은 지난해 3월 개관해 같은 해 5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전시홀과 세미나실, 크리에이터 육성 공간을 갖춰 작품 전시·소상공인을 위한 홍보 영상 제작실 용도로 쓰였다. 폐관 전까지 전시회 13회, 영상 10편 제작, 크리에이터 컨설팅 50여 회 등이 이뤄졌다.

옛 해운대역사는 1934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동해남부선 역사로 사용됐는데, 동해선 복선전철사업로 역사가 해운대구 좌동(신해운대역)으로 기능을 옮기면서 한동안 폐건물로 방치됐다. 9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국내 유일의 팔각정 형태의 건물 등의 이유로, 철거와 보존을 놓고 지역사회가 수년간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논의 끝에 청년예술인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기로 정한 해운대구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억2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특히 역사 일대는 해운대해수욕장으로 가는 주출입로인 동시에, 구남로와 해리단길을 연결하는 중심부에 있어 시민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런 기대 속에 지난해 5월 개관했지만, 그간 관심이 무색하리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예술공간을 자청하고 있지만 작품을 제작할 만한 공방은 마련돼 있지 않고, 청년 예술 단체 등이 외부에서 만든 작품을 4주가량 전시하는 용도 등으로 쓰이면서 타 공간과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하루 방문객도 평일 30~50명, 주말 50~100명에 그쳤다. 무엇보다 하루 수천 명이 찾는 해리단길~구남로~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놓인 요지란 점을 감안하면 이용률이 지나치게 저조했다.

일각에서는 서둘러 조성하면서 공간 콘셉트가 명확하지 못했던 점도 청년 작가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 준공식은 지난해 3월 열렸지만 전기 시설 미설치 등으로 운영은 2개월 뒤부터 시작됐다.

이런 사정 탓에 결국 해운대구는 지난달 1일 자로 폐관을 했다. 구의회가 “이용률 저조” 등의 이유로 운영비 3870만 원을 전액 삭감한 점도 문을 닫는 데 영향을 끼쳤다.

현재 해운대구는 청년이란 특정 세대보다는 관광객 전반을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광객 캐리어 보관소 ▷외국인 관광 안내소(통역) 등 여러 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다양한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관광 거점 시설로 바꾸는 게 확정적이다. 청년 예술 공간 기능 유지 부문은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건물은 한국철도공사 소유로, 구는 매년 임대료 1억1500여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오는 2026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