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철을 맞은 대학생에겐 설렘 가득한 마음보다는 시름이 가득했다. 치솟는 물가 탓에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부산대학교 부산캠퍼스 대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5.2%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가격 오름세가 확대된 것이 주로 작용한 탓이다. 이는 외환위기 영향으로 1998년 7.5%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올해 역시 물가상승률 3%대가 전망됨에 따라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과 달리 소득이 높지 않거나 소득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인 대학생에겐 고물가는 타격이 크다. 대학생 주 연령대인 20~24세의 평균소득은 2021년 기준 180만 원이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201만 원이다(주 40시간 근무, 유급 주휴 포함).

●“가뜩이나 팍팍한데…”

대학생 박혜정(22) 씨는 개강이 썩 반갑지 않다.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월급 빼곤 물가가 다 올랐다”며 “소비를 줄이고 부모님께 지원을 더 받든지 알바(아르바이트)를 더 하든지 무슨 수를 써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여가생활도 줄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임현규(21) 씨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한 달간 스스로 ‘텅장(텅 빈 통장) 탈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하루에 1만 원까지만 지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 달 동안 30만 원만 사용하는 도전이다.

임현규 씨는 프로젝트 동안 매일 지출 내역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임 씨 블로그 캡처

그는 ‘불필요한 지출(군것질 등)을 줄이는 것’, ‘지출을 기록해 어디서 낭비했는지 아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임 씨는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통학생이라 무조건 쓸 수밖에 없는 교통비와 학생회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그는 “요새 밥값이 비싸서 선택지가 좁아 학식(학생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술값이나 안줏값도 많이 올라 친구와의 술자리도 쉽게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씨 역시 개강 후 생활이 걱정이었다. 그는 “올해 최저시급이 지난해에 비해 460원 올랐는데 밥 한 끼가 500원 넘게 오르는 상황이 알바하는 입장에선 힘들다”며 “원래 학기 중 생활을 위해 방학 때 알바비를 모으는데 물가가 많이 오르는 바람에 저렴한 곳에서 식사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선우(22) 씨는 “스무 살부터 알바하고 있는데 그때 벌어서 쓰는 속도랑 지금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그때는 월급 들어오기 3일 정도 버티면 여유가 생겼는데 지금은 거의 일주일 넘게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 만만찮은 식비에 대학생 ‘울상’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식당가 거리. 국제신문 DB

실제로 식비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1월 부산 외식비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냉면은 전년 동월 대비 9500원대에서 1만 원을 넘어섰다. 비빔밥은 800원가량 오른 8600원이며 김치찌개 백반은 1100원 올라 7360원 수준이다. 짜장면도 이제 6000원 시대다. 700원 가까이 상승했다. 삼겹살 외식도 대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1만4600원하던 삼겹살 200g은 1600원 오른 1만6200원이다. 2500원이던 김밥 한 줄은 2800원대에 들어서며 3000원을 바라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부근 A 프랜차이즈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한 줄 3800원)에 쫄면(6500원)을 먹었더니 1만 4100원이 나왔다. 부산대 부산캠퍼스 인근 B 프랜차이즈 김밥집도 김밥 한 줄에 3800원했다.

대학생의 가벼운 주머니를 헤아려 주던 학교 앞 백반집도 고물가를 피하지 못했다. 전형서(26)씨는 개강하고 백반집을 찾아갔다. 그는 “입학할 때는 두루치기나 찌개가 4500원 정도였다. 지금은 6500원을 넘어서 7000원 하는 곳도 있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상을 꽉 채울 정도로 반찬이 여러 개였는데 이제는 두세 개밖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학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권 대학 대부분이 지난 학기나 올해 들어 학식 가격을 인상했다. 임현규 씨는 “학식을 먹으러 갔는데 500원 오른 반면 돈가스는 주먹만 해졌다”고 설명했다.

친구와의 술자리도 대학생에겐 부담이 됐다. 윤다교(22) 씨는 “상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 앞은 지난 학기만 해도 안줏값이 1만2000원이 안 됐었는데 지금 보면 1만5000원 이상인 가게가 많다. 같은 집인데도 확실히 2000~3000원씩 오른 느낌”이라고 전했다. 최선우 씨는 “소줏값 맥줏값이 대체로 4500원에서 5000원 정도 하는 편인 것 같다. 4000원에 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대학가 앞 1000원짜리 커피집도 자취를 감췄다. 기자가 부산대 부산캠퍼스를 찾았을 때 확인한 가장 저렴한 커피값이 2000원이었다. 전형서 씨는 “2021년쯤에는 1000원짜리 커피를 파는 카페가 꽤 많았다. 지금은 2000원 커피가 가장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먹는 대신 집에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넣고 다닐까 고민 중이다.

● 고물가 어쩔 수 없다지만…해결책 있을까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대학생 생활비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대학생 식사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급 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전국 2000여명이 참여한 전대넷의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7%가 입학 이후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식비를 꼽았다.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학식은 엄연히 수익사업이 아니라 대학생 복지사업”이라며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어떤 대학은 학식이 7000~8000원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고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해 5월 서울시청 앞에서 3000원 학식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공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상남도는 지난해 말 전국 최초로 ‘경남형 대학생 학식지원 사업’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도내 재학생 6만 명에게 1인당 연간 60만 원을 지원해 학식 한 끼 4000원에 제공하는 보편적 지원안 ▷도내 모든 대학에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산케 하는 저가 학식 제공안 ▷소득 하위 10%, 30%, 70% 별로 차등 지원하는 선별적 지원안 등 가운데 어떠한 방안으로 시행할지는 논의 중이다. 경남도는 지난달 이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