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예시 근무표’도 도마위
- MZ노조 “연장근로 유연화” 반대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려던 정부가 반발 여론에 부딪히면서 ‘50시간대’로 계획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노동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입법 예고 8일 만인 지난 14일 개편안 보완을 지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는 대신 기업의 사정에 맞춰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하도록 한 게 골자다. ‘주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노동부는 일하는 전체 시간은 절대 늘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청년 근로자들은 69시간이라는 수치에 주목했다. ‘주 52시간제’의 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주 69시간제’로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여 반발이 거셌다.

급기야 노동부는 개정안 해명을 위해 최근 페이스북 계정에 ‘월 4주 중 특정주 69시간 노동을 했을 때 근무표 예시와 현행 노동시간제 근무표’를 비교해 올렸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표’에는 1주차 69시간, 2주차 59시간, 나머지 2주는 40시간을 할 경우 월 208시간을 일하는 것이 가정됐다.

이 표에 노동부는 “야호 야근 끝” “묻지마 칼퇴” 등 긍정적 문구를 기재했다. 그러나 현행 기준대로 만든 근무표에는 법정 기준 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아닌 최대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52시간으로 만들어 비고란에 “늘 저녁은 회사에서”라는 부정적 문구를 넣었다. 이처럼 노동부가 근무표까지 만들어 설득하고 있지만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회사는 다녀봤냐” “니들부터 해라” 등 누리꾼의 분노에 찬 글로 도배됐다.

아이 둘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박모(부산 수영구) 씨는 “노동부가 올린 근무표대로 한달 기준 첫 주에 주 6일 매일 9시까지 일하고 퇴근한다면 10시가 된다”며 “맞벌이 부부는 퇴근 후 교대로 육아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근무해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69시간이라는 숫자만 낮출 게 아니라 ‘근로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편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Z세대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개편은 연장근로의 유연화기 때문에 공감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