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을 지날 때면 부두에서 어부들이 어망을 부지런히 손질하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어부는 출항 전 만선의 꿈을 안고, 선박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그물과 어망의 구멍 난 곳을 메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이와 같은 준비하는 자세는 비단 어부의 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며, 기상 업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부산 금정구에 있는 자동기상관측장비. 국제신문 DB

기상예보는 기상관측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의 대기상태를 정확히 관측하고, 수치예보모델로 앞으로의 대기상태를 예측하며, 예보관이 이를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예보를 생산하여 국민에게 전달한다. 기상예보의 첫걸음인 기상관측을 위해 기상청은 지상 해양 고층 레이더 위성 등 다양한 관측장비를 이용하여 대기를 입체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설치하여 활용하고 있는 것은 지상관측장비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는 기온 습도 기압 풍향·풍속 강수량 등을 자동으로 관측하는 장비로, 현재 기상청이 운영 중인 자동기상관측장비는 전국에 약 670대이다. 여기에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관측장비까지 모두 더하면 5000여 대가 된다.

위험기상 감시와 기상 예·특보 업무에 기상청의 지상기상관측장비만 활용할 때 수평 관측 격자의 간격은 약 12㎞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등 타 기관 관측장비까지 모두 활용하면 간격이 5∼6㎞로 조밀해진다. 위험기상을 감시할 수 있는 그물망이 촘촘해지는 것이다. 격자가 조밀해지면 기후변화와 이상기상현상의 증가로 인한 국지적 위험기상과 급격히 발달하는 소나기 등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기상청이 기상관측 및 예측을 위해 관측장비를 운영하는 것처럼, 각 기관은 고유의 업무 목적에 따라 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산림청은 산림재해 예방, 환경부는 대기오염 감시, 수자원공사는 홍수 예방 등 수문 정책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목적이 다른 만큼 관측 주기, 데이터 처리 방법 등도 제각각이어서 관측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한 장소에 목적이 다른 관측장비를 중복으로 설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이다. 따라서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장비라도 관측 주기 및 데이터 처리 방법 등을 표준화해 공동 활용한다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재난감시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기상관측의 정확성과 기상관측장비의 운용 및 기상관측자료 공동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기상관측표준화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기상관측표준화법은 기상측기 및 기상관측장비 규격의 표준화, 관측환경에 관한 기준, 기상관측자료의 표준화 및 품질관리, 기상관측자료의 원활한 교환을 위한 관측기관 사이의 통신방식의 표준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규격이나 기준 등의 표준화와 더불어 관측된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상관측자료는 실시간으로 수집되지 않으면 기상 예·특보 생산에 활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관측장비에서 관측된 자료는 기초·광역지자체를 거쳐 기상청으로 수신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 수집의 지연과 누락이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과 관측기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집 체계를 간소화하는 등 관측자료 수집 지연시간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관측장비의 표준화를 통한 공동 활용과 신속한 자료 수집을 위해 기상청과 관측기관들이 적극적인 협력을 해나간다면, 국가 방재업무의 튼튼하고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집된 기상관측자료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생활에 가치 있는 정보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선을 꿈꾸는 어부’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기상청은 국민 안전을 위한 국가기상관측망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