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가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을 추진(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2면 보도)하자 관내 민간 노인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60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민간 시설도 50%대 입소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은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 사상구 청사 앞에서 민간 요양원 관계자들이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독자 제공

2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상구 민간 노인요양원 7곳은 지난달 23일 조병길 사상구청장과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 반대’와 관련해 면담한 데 이어 지난 21일 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향후 집회 등 추가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5월까지 2000만 원을 들여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중간 용역 보고회가 열려, 수익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 규모는 86개 병상이며 필요 예산은 108억 원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이들은 민간 요양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구립 치매 요양원이 들어서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며 반발한다. 관내 7곳 노인요양원 모두 비영리법인인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해 공공 요양원과 같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각 법인은 요양원 건립 당시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각각 10억~25억 원씩 총 64억 원의 국·시비를 지원받아 건물을 지었다. 요양원에서 발생한 수익은 법인이 가져갈 수 없는 구조로, 요양원 운영비로만 사용 가능하다.

이외 구민 입소 우선을 명시한 조례를 만들어도 상위 법인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특정인 우선 입소가 불가한 점, 구립 치매요양원도 민간위탁 방식인 점 등을 고려하며 기존 요양서비스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구립 요양원 건립의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상구 A 요양원 대표는 “64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7개 요양원 평균 입소율이 57%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립을 짓는 것은 다시 생각할 일”이라며 “구가 기존 요양원에 치매 전담실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민간 요양원은 구가 단순 지도·감독밖에 할 수 없지만 구립 요양원은 운영과 관련해 적극적인 관여가 가능해 구민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