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옛 미월드 용지에 42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부산시가 공적 기여 방안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생활형숙박시설 건설을 통과시켰지만 일대 주민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30일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어 수영구 옛 미월드 용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사업자 티아이부산PFV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심의를 조건부 가결했다. 시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출한 변경안은 민락유원지 일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적 기여 방안 보충을 조건으로 통과했다. 시는 다음 단계인 건축위원회 건축심의에서 세부적인 기부채납 규모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30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수영구 주민이 옛 미월드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티아이부산은 옛 미월드 용지에 42층 규모 생활형 숙박시설(2만7813㎡) 2개 동 480호실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공적 기여 방안으로 민락유원지 내 뒷산(4만1670㎡)을 매입해 부산시에 기부채납하고, 용지 내 주민 쉼터인 무궁화동산을 대체하는 1600㎡ 규모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여기에 도시공원위원회는 기부채납하는 민락유원지 용지 규모를 대폭 확대해 공원을 조성하는 조건을 추가로 주문했다. 민락유원지(9만 6300㎡)는 국공유지가 21.6%, 사유지가 78.4%로 공원일몰제에 따라 오는 2027년 1월 유원지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민락유원지에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면 극심한 난개발 가능성이 크다. 지역주민과 부산의 공공 이익을 위해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유원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티아이부산은 위원회의 공적 기여 확대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마승표 대표는 “주민 휴게 공간을 확대 조성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원이 추가로 늘어나면 레지던스 방문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며 “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지역 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수영발전협의회는 부산시청 후문에서 생활형숙박시설 허가 반대 집회를 열었다. 협의회 황진수 회장은 “법적으로는 유원지 용지에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올 수 있지만, 6성급 호텔에 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 차라리 자연녹지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10월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티아이부산에 호텔(일반 숙박시설) 건설로 조건부 가결했다. 당시에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적 기여 방안을 보충해 건축계획안을 다시 제출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티아이부산은 수정 계획안을 내는 대신 아예 건축물 용도를 호텔에서 생활형숙박시설로 바꿔달라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신청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광안리 밤바다의 상징이던 미월드는 2004년 개장한 부산 최초 도심형 놀이공원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소음 민원이 증가하자 시는 밤 10시 영업 중단을 지시했고 2013년 경영난 심화로 폐업했다. 미월드 땅은 여러 사업자를 거쳐 2019년 티아이부산이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