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 “잘못한 일 없어 떳떳”
- 일방적 배제에 내부 반발 거세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이 국장(4급) 3명을 동시에 한달 동안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구두 지시를 내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인다. 김 구청장은 “업무배제는 갑자기 지시할 수 있고 위법이 아니다”며 익명의 제보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는 입장이다.

동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14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지난 13일 오전 국장 3명에 대한 업무 배제를 구두로 지시했다. 동구는 총무국 일자리복지국 안전도시국 등 3국 1단 1실로 편성돼 있는 상태로, 현재 구청 내 모든 국장이 문서 결재 등 업무에서 제외된 것이다. 구두 지시였지만 해당 국장들은 이날부터 각종 회의 등에 참석하지 못했고, 결재 업무도 하지 않고 있다.

국장들은 갑작스런 업무 배제 절차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김 구청장에게서 업무 배제 사유를 듣지 못한 데다, 업무 배제에 앞서 해명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 국장은 “공직 생활 3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중요한 직무 유기 사유가 있다면 법령에 근거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공문으로 정식 통지해야 한다”며 “구청장이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면, 우선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일체의 과정이 없었다. 무엇보다 잘못한 일이 없어 떳떳하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업무 배제 대상자와 관련된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고 조사를 위해 업무에서 배제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동구는 지난해 부산 16개 구·군 중 청렴도 지수가 꼴찌였고, 민원 평가에서도 ‘마’ 등급으로 최하 등급을 받았다”며 “익명 민원을 구청장으로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업무 배제 지시를 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무 배제에 앞서 국장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구청장이 직접 할 사안은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차후 내부적인 절차를 밟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동구 내부는 구청장의 일방적 업무 배제 지시를 놓고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장 결재 없이 구청장, 부구청장에게 결재가 바로 올라가는 상황으로, 책임은 기안자인 담당 공무원이 져야 한다. 이날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도 동구 직원들의 반발 글과 댓글 등이 이어졌다.

게시판에는 “조금만 눈 밖에 나 업무배제하면 일은 어떻게 하나” “구두 지시만으로 국장 업무를 배제할 근거가 없으니 직업 공무원 조직 체계 근간을 흔들지 말아라” “구청은 개인 사조직이나 구멍가게가 아니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동구 허차우 노조위원장은 “문서가 아닌 구두상 지시로 누가 봐도 잘못된 비정상적 지시다.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구 내부에서는 그동안 공무원 인사 등을 둘러싼 구청장과 공무원 간 갈등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자로 개별 공무원에게 통보해야 하는 공무원 승진 후보자 명부가 김 청장이 결재를 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공무원 승진 서열이 구청장 마음에 들지 않아 결재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등의 뒷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