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길들이기’ 갈등 원인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이 국장급(4급·서기관) 간부 3명을 업무에서 배제한 초유의 사태(국제신문 15일 자 8면 보도) 내막에는 ‘전임 구청장 인사 들어내기’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구청장이 최형욱 전 동구청장 재임 시절 요직에 있던 과장급(5급·사무관) 인사의 평정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 길들이기’에서 비롯된 갈등이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동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김 구청장은 15일 부산 동구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국장 업무 배제 조처는 익명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제보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 김 구청장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며, 사실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결재권을 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은 지난 13일 오전 국장급 간부 3명에 대한 업무 배제를 구두로 지시했다.

이를 두고 구 내부에서는 김 구청장이 최근 진행된 공무원 인사평정 결과에 불만을 품고 ‘행동’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의 제보’는 명분에 불과하며, 실은 전임 구청장 시절 요직을 지낸 A 과장의 평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A 과장은 2020년 ‘초량살림숲’ 사업 등 전임 구청장의 주요 사업 책임자였다. 동구는 지난달 인사평정위원회를 진행했으며, 국장 3명 모두 위원으로 참석했다. A 과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력한 승진 대상자로 꼽힌다.

김 구청장은 부산시의원 시절부터 초량살림숲 사업을 비판해 왔다.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졸속 사업이란 것이 이유였다. 김 구청장 취임 뒤 동구는 A 과장을 포함한 초량살림숲 사업 관계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김 구청장은 “감사가 진행 중인 초량살림숲 당시 책임자(A 과장)의 평정 결과가 좋아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면서도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A 과장은 최근 장기 병가를 신청해 휴직 중이다.

일각에서는 퇴직을 앞둔 국장급 간부 일부가 인사 목전에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섰다가 김 구청장과 충돌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