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씨클라우드호텔 화재(국제신문 지난 21일 자 10면 보도) 원인은 ‘담뱃불’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을 이번 화재는 호텔 측이 오경보 등을 이유로 화재 연동 소방 시설을 임의로 꺼놓은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나 ‘안전불감증’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일 지하 6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일어난 부산 씨클라우드 호텔. 국제신문 DB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씨클라우드호텔 화재의 원인은 담뱃불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조사됐다. 소방은 지난 20일~27일 경찰 등과 합동 감식에 나선 후 이 같은 자체 결론을 내렸다. 불은 이 호텔 지하 6층 주차장 내 폐기물 적치장에서 발생했다. 화재 지점에는 매트리스 등이 쌓였을 뿐 전기 설비 같이 불을 낼 만한 물건이 없었다. 또 CCTV에는 적치장 근처에서 종업원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잡혔다. 현장에선 담배꽁초도 여럿 발견됐다.

불이 날 당시 이 호텔 스프링클러와 경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이 2006년 지어져 오래되다 보니 오경보가 잦아 호텔 측이 임의로 화재 감지에 따른 소방 시설 연동을 정지시킨 탓이다. 소방은 이 때문에 화재 신고가 지체됐다고 본다. 화재감지기가 불을 인식한 시각은 오전 9시17분이다. 그런데 화재 속보 설비에 따른 신고가 들어간 건 약 16분 뒤인 9시33분이었다. 종업원이 연기 냄새를 맡고 직접 화재 신고를 한 시각이 이보다 1분 뒤인 9시34분으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이후 뒤늦게 지하층 일부에 화재 경보가 울렸으나 이마저 짧은 시간 울린 뒤 금방 꺼졌다고 소방은 설명했다.

이미 화재가 상당 부분 전개되면서 수동 설비 작동도 무용지물이었다. 호텔 방재실은 지하 1층에 자리한다. 화재 사실을 알게 된 방재실이 수동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 스프링클러를 작동하려 했으나, 이미 배선이 다 타버려 먹히지 않았다. 불이 난 지하 6층으로 직접 찾아가 스프링클러 밸브를 열려고 해도 이미 열기와 불이 주차장에 가득 차 진입이 불가능했다. 결국 초기에 금방 잡을 수 있었던 불은 이날 오후 2시가 돼서야 진압됐다.

소방은 특별사법경찰을 통해 이 건물 안전 관리자 등을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공식적인 합동 감식 결과는 다음 달께 결론 내려질 예정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박희곤 화재조사계장은 “화재 감지기 오작동을 이유로 임의로 소방시설을 폐쇄하는 사례가 많다. 안전 관리자나 건물 관계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화재감지기를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편한 길을 찾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의 안전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씨클라우호텔 화재는 지난 20일 발생했다. 이 불로 해운대해수욕장 일대가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으며, 호텔 투숙객 등 170명이 구조되거나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