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서는 친부가 살인·사체유기
- 인천 친모 묻은 딸 유골 발견도
- 수사 건수도 664건으로 눈덩이

- 비극 막을 ‘보호출산제’ 목소리

경남 거제 진주에 이어 사천에서도 ‘유령 아동’이 숨진 후 암매장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전국적으로도 부산 기장, 경기 용인, 인천 등에서 출생 미신고 영아 사망 사건이 20건을 넘는 등 수사 건수가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6일 경기 김포시 한 텃밭 입구에서 2016년 태어난 딸을 하루 만에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 40대 친모가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산 유일의 베이비박스인 금정구 사찰 내 라이프가든에서 직원이 방을 정리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연합뉴스

6일 경남경찰청은 지난 4일 사천시로부터 영아 사체 유기 의심 사례를 수사해 달라는 의뢰 요청서가 접수돼 혐의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친모 A(40대) 씨는 “2016년 6월 27일께 남자아이를 산부인과에서 출생한 뒤 집으로 데려와 한 달가량 키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가 숨졌다”고 공무원에게 진술했다. 아이 사체는 충남 부여군 부친 산소 옆에 묻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미혼모로 파악됐으며 당시 홀로 아이를 양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불러 정확한 사망 시기와 출생 미신고 사유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A 씨가 지목한 유기 지점에서 수색도 벌일 예정이다.

이날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에서 2015년 태어난 남자아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매장한 친부 B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 씨가 어떤 방식으로 아들을 살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직접적인 방식으로 아이에게 해를 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에서는 2016년 병원에서 출산한 딸을 하루 만에 숨지게 한 뒤 경기 김포시 한 텃밭에 암매장한 40대 친모가 사체 유기 혐의로 전날 체포된 데 이어, 이날 오후 텃밭에서 7년 만에 딸의 유골이 발견됐다. 경찰은 친모에 살인죄를 함께 적용키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 현재 기준 경남청 47건, 부산청 30건 등 전국 664건이 접수됐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8명 많은 23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출생 미신고 아동의 암매장 등 사체 유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산 유일의 베이비박스인 ‘라이프가든’ 이희숙 상담실장은 “라이프가든을 찾은 미혼모 10명 중 1명은 병원에 아예 가지 않았다. 아이 출생 신고 때 산모의 신원을 비밀로 할 수 있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프가든’은 금정구 내 사찰인 홍법사에 2019년 4월 설치됐다. ‘박스’가 아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28명이 이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중 26명은 정식 입양으로 이어졌다. 이 실장은 “베이비박스 유기 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 불법 입양이나 영아 살해 등 극단적 범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