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헌혈의집 방문 헌혈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00건 이상 줄어 ‘헌혈 일상회복’은 요원한 가운데, 연제구 소속 공무원이 30여 년간 헌혈을 300회나 해 부산 공무원 최초로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을 받았다.

25일 부산 연제구에 따르면 교통행정과 이해걸(53·사진) 주무관은 지난 20일 헌혈의집 부전센터에서 300번째 헌혈을 마치고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을 받았다. 이 주무관이 1991년 첫 헌혈을 한 이후 31년 만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다회헌혈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헌혈 문화 조성을 위해 누적 헌혈 횟수에 따라 유공패와 유공장을 수여한다. 최고명예대장은 300회 이상 헌혈 참가자만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다.

‘헌혈왕 공무원’인 이 주무관은 군 복무 중 또래 여성 간호사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헌혈을 한 게 군 복무 내내 계속됐고, 그 뒤로도 일상처럼 헌혈의집을 찾았다. 그의 ‘못 말리는’ 헌혈 사랑은 코로나19 기간 감염으로 인한 헌혈을 제한하던 때를 제외하고 한 달에 1, 2회 꾸준히 이어졌다. 또 2020년 9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부산지역 혈액 보유량이 크게 감소하자, 헌혈 기록 200회 이상인 공직자 2명과 함께 헌혈 독려 캠페인(국제신문 2020년 9월 22일 자 2면 보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헌혈의 날에는 ‘A름다운 B움으로 O늘도 행복한 헌혈자의 날!’이란 재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 공모에 뽑혔다.

300회나 헌혈을 한 이 주무관이 현재 보관 중인 헌혈증서는 55장 뿐이다. 2018년 백혈병 소아암 환자 치료를 위해 100장을 내놓는 등 주변에서 헌혈증서가 필요한 이에게 모두 나눠줬기 때문이다. 이 주무관은 “앞으로 헌혈은 물론,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봉사에도 적극 나서겠다. 자랑스러운 아빠이자 남편,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으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은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일상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헌혈 증가세는 더뎌 지역 혈액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헌혈 참가자는 지난달 기준 9만799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5명 늘어난 수준이고, 헌혈의집 방문 헌혈자는 전년 동기대비 2047건(2.6%) 감소했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 혈액 수급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생명을 나누는 헌혈 봉사에 많이 동참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