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한 버스업체 노조 간부들이 채용에 도움을 주겠다며 응시자로부터 수백만 원의 돈을 받았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에선 이전에도 버스업체 노사가 응시자로부터 대가를 챙기고 입사시키는 ‘채용비리’ 사건이 대대적으로 불거졌던 터라 “여전히 부당 관행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산 동래경찰서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 동래경찰서는 배임수증 혐의로 지역 버스업체 A 사 노조 간부 B(40대)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A 사 기사 채용 지원자들로부터 입사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각각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지원자 3명 또한 입건돼 검찰로 넘겨졌다.

경찰과 부산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조 간부에게 청탁한 이들 중 2명은 실제로 A 사에 취업했다. 나머지 한 명은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나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 경찰은 이들이 실제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노조 간부들이 실제로 지원자의 점수를 올려주는 등 채용 과정에서 사측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간부들을 대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A 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면허 차량 100대 임직원 292명 규모로, 부산 33개 시내버스 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회사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부분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사실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버스업계는 과거에도 채용비리가 대거 적발돼 홍역을 치렀다. 2016년 12월에는 3개 업체의 노사 간부 50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17년 5월에는 이보다도 많은 110명이 채용 부정에 연루돼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취업 비리는 노조위원장에게 채용 추천권이 주어진 기형적 구조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일을 계기로 부산시는 부산버스운송조합에 공개채용제 도입을 요청, 2017년 1월부터 시행돼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버스지부는 “채용비리가 여전하단 사실이 입증됐다”며 시에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채용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면접 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회사 관리자의 서류전형·면접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시는 현재로선 B 씨 등이 채용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권한이나 힘이 없는데도 돈을 챙긴 ‘취업사기’ 사건일 수도 있어 당장 노사 양측의 결탁 여부를 속단하기엔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는 공개채용제의 개선을 모색할 계획이다. 회사 채용 담당자 등이 직원 선발 과정에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부산 시내버스에 준공영제가 도입된 상황인 만큼, 직원 채용이 업체에게 주어진 영역이라 하더라도 시가 완전히 방관할 수는 없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