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시작했다. 이날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시민이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지하라”며 들고 일어나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의 묵인 방조 행위를 규탄했다. 이날 오전 10시부산 동구 초량동 재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항의시위가 있었고, 낮 12시 해운대 백사장에서 ‘핵오염수 해양투기 금지’ 퍼포먼스가 이뤄져 국내외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범시민운동본부 주최로 26일 오후엔 부산역 광장에서도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앞으로 시민의 분노는 다양한 형태로 일본 정부는 물론 사실상 해양투기의 ‘공동정범’인 윤석열 정부에게 계속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미야기현 다가조 소재 연구시설에서 관계자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 시작과 함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본 장면은 핵오염수 해양투기 직후 후쿠시마원전 앞 해상에 노란 띠가 형성되는 것을 보았다. 바다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과연 삼중수소를 비롯한 60여 가지 핵종이 30여년간 100% 처리되고, 바다 생태계엔 아무 문제가 없을지 확신할 수 있는가?

이날 해양투기 반대집회와 함께 의미 있는 또다른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언론에 잘 소개가 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률에 관한 것으로 ‘삼중수소의 미래 영향’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오후1시 갑상선암공동소송 시민지원단,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공동으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월성핵발전소 주변 주민 건강피해 확인했다. 재판부는 갑상선암 공동소송 원고 승소 판결을 하라”고 주장했다. 7년간 이어온 국내 갑상선암공동소송이 오는 30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의 사회로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이 관련 내용을 밝혔고, 이현숙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상임대표, 이흥만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지난 6월 8일 환경부가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월성원전 인근 3개 읍·면의 표준화 암 발생비 분석 결과 전국 대비 모든 암이 남성(12%), 여성(18%)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고 발표한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이들은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 3인 작성 자료를 내놓았다. 환경부가 지난 6월 8일 공개한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에서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기존 조사와 다르게 ‘월성원전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을 집중해서 조사했다는 것이다. 960명의 소변을 받아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가지 임상 항목을 검사했다. 이 중 주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평균 검출량은 10.3Bq(베크렐)/L이고, 월성원전에 인접한 나아리 주민은 평균 15.3Bq로 나타났다.

갑상선암공동소송시민지원단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지난 24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부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5km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 조사는 세포 1000개를 조사하여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의 개수를 카운트한다.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가 6개 이상이면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이번 조사에서 16명이 평생 250mGy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연구 결과는 20mGy에만 피폭되어도 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프랑스 방사선방호 및 핵안전연구소(IRSN) 등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미국·프랑스·영국의 원자력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누적 방사선 흡수선량 0~20mGy에 피폭된 이들의 고형암 사망 ‘초과 상대 위험비’가 Gy당 1.30이었다. 이는 누적 흡수선량 20mGy 이하 저선량의 방사선으로도 혈액을 제외한 장기에 발생하는 고형암 초과사망위험을 Gy당 130%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이 연구팀이 수행한 역학조사는 1944년 이후 70여 년 동안 미국·영국·프랑스의 원자력산업 종사자 30만9,932명 가운데 사망자 10만3,553명의 사망 원인을 추적한 것으로 지금까지 이뤄진 방사능 건강 영향 역학조사 중 최대 규모다. 이처럼 환경부의 조사 결과나 국제 연구자들의 역학조사 결과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저선량 피폭도 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환경부 최종보고서에서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월성핵발전소 주민(반경 10km)의 암 발생률이란 것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치 암 발생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월성원전 주민의 암 발생률이 인근지역보다 무려 44%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의 조사 대상 주민 중 77.1%나 체내 소변검사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중수소는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체외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지만 문제는 내부피폭이다. 전리방사선은 직접적으로 DNA를 손상시키거나 간접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통해 DNA 복구 능력 저하나 기타 신진대사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가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 갑상선암 발병의 상대위험도가 2.0을 초과(여성은 상대위험도 2.5)한다는 내용이다. 이 역학조사는 1991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약 19년 2개월간의 전향적 코호트(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색이나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 연구를 수행하였다. 원전 주변지역 1만1367명(암발생자 705명), 대조지역 2만4809명(암발생자 1593명, 근거리 721명, 원거리 872명), 총계 3만6176명을 대상으로, 803명의 연구원이 참여하여 정부가 연구조사비 약 84억 원을 출연한 조사다. 서울대 역학조사는 신뢰구간이 95%다. 그러므로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 2.5는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역학조사 결과로서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환경부가 지난 6월 8일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는 과정에 낸 보도자료에 근거한 기사는 명백히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환경부가 통계의 근거로 삼은 3개 읍·면(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은 월성원전 반경 20km 지역으로 원전 주변이 아니다. 적어도 최대 반경 10km 이내의 인구 집단을 원전 주변으로 설정해야 조사의 목적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거리별’ 통계를 연구팀에 지속 요구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거리별 통계를 작성했으나, 통계에 전국 평균을 적용하지 않고 인근 지역(반경 20km 및 영덕군) 평균을 적용함으로써 월성원전 주변의 암 발생을 전국과 비교할 수 없도록 해 결과적으로 조사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월성원전 주변(반경 10km)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대략 13%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인근 지역의 암 발생과 비교하면 월성원전 주변의 암 발생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원전 주변(반경 10km)의 암 발생률이 인근 지역 평균보다 31% 높고, 반경 10~20km 지역과 비교하면 무려 44% 더 높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강영향조사에 참여한 3인 위원은 △월성원전 반경 5km 주민 77.1% 삼중수소 검출, 나아리 주민 평균 15.3Bq/L 검출 △주변 암 발생률 전국 평균보다 약 13% 높음 △주변 암 발생률 인근 지역(반경 20km 및 영덕군) 평균보다 31% 높음 △체내 삼중수소 농도 높을수록 임상 수치 후퇴, 갑상선 질환 7배 위험 △34명 염색체 조사에서 16명(47.1%) 전 생애에 걸쳐 250mGy 이상 피폭 △주민 62.9% 중증의 불안 및 우울 스트레스 호소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정부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

환경부는 월성원전 주변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암 발생이 높은 데 근거하여 주민건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 염색체 이상에 대한 추가적인 건강영향평가 실시와 주민들의 불안 우울증 해소를 위한 건강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삼중수소 피폭이 높은 최인접 지역(제한구역 인접 마을)에 대한 적극적인 개별 이주대책이 필요하다.

오는 30일 갑상선암공동소송이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갑상선암에 걸린 618명의 원고는 핵발전소 인접지역(반경 10km 이내) 거주로 인한 건강피해를 주장해왔고 피고인 한수원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 국제 역학조사, 국내 역학조사 결과 등은 ‘저선량 피폭으로도 암 발병을 일으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한수원이 그동안 주민에게 “암 발병 원인이 방사선 때문임을 증명하라”고 해왔다는 데 있다.

이들은 핵발전소 지역주민의 건강피해가 분명히 확인된 만큼 갑상선암공동소송 재판부는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건강피해가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방사성물질 때문임을 인정하고, 주민의 손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환경부가 월성에 이어 부산 고리, 울산 울주, 경북 울진, 전남 영광 등 핵발전소 지역주민 전체에 대한 건강 피해조사 실시와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 이주대책 및 건강 피해 대책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삼중수소를 비롯해 방사성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며 그 영향의 인과관계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조사를 통해 우리는 ‘해양방류 이후 우리 국민들이 입을 방사능 영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2010, 創史社)에서 “작은 피폭도 악영향을 미친다. 작은 피폭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망언이다”고 강조했다. 방사선이 분자결합을 절단·파괴하는 현상은 피폭량이 많은가 적은가 와는 관계없이 일어난다. 증상이 나오는 최저의 피폭량을 ‘역치(域値)’라고 하는데 역치 이하의 피폭이라고 해도 분자결합이 피해를 받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고 그것이 실제로 인체에 악영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인류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져 순간 사망을 포함에 극히 단기간에 21만 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은 1950년 피폭자의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수명조사(LSS)를 시작해 히로시마·나가사키의 근거리 피폭자 약 5만 명, 원거리피폭자 약 4만 명, 동시에 원폭 작열시 두 도시에 있지 않았던 사람(비피폭대조자) 약 3만 명을 포함해 피폭영향 조사를 진행했다. 피폭자로 규정된 사람들을 반세기에 걸쳐 조사한 지금 50mSv(밀리시버트)의 피폭량에 이르기까지 암이나 백혈병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도 명백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역치가 없고 또한 아주 낮은 피폭량이라도 피폭량에 비례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생각을 ‘직선·역치없음’(LNT)이라는 가설이라 부른다. 저선량방사선의 생물 영향을 오랜 기간 조사해온 미국과학아카데미 위원회는 2005년 6월 30일 일곱 번째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을 발표했다. 피폭리스크는 저선량에 이르기까지 직선적으로 계속 존재하며 역치는 없다. 최소한의 피폭이라고 해도 인류에 대해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원자력 추진파는 이 가설조차 인정하지 않고 50mSv 이하 피폭영역에서는 피폭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뻔뻔함이 소위 원전력 추진파들이 말하는 ‘과학’ 안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