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살다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에서 주민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했다.

30일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이 부산법원종합 청사 앞에서 원전 인근 갑상선암 피해 주민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패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고법 제5민사부(김주호 부장판사)는 30일 김모 씨 등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의 기각했다.

원고는 고리, 영광, 울진, 월성원전 등 한수원이 운영하는 핵발전소 인근(반경 10㎞ 또는 30㎞)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618명)와 그 가족들(2856명)이다. 주민들은 핵발전소 인근에서 살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2015년 12월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소송 7년 만인 지난해 2월 방사선과 갑상선암과의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전신피폭선량은 공법상 구제기준인 연간 1mSV보다 훨씬 낮은 점,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 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한 사실이 없고, 원고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주민들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판결 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지원단은 “정부가 추진한 역학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지원단이 공개한 서울대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1991~2019년) 결과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 양남면 주민 960명 중 77.1%(740명)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염색체 표본 조사를 한 주민 34명 중 47.1%(16명)의 염색체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단은 “이처럼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원전 인근 주민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재판부는 주민들의 암 발병이 방사선 때문이라는 점을 특정해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또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미만이라는 이유 등으로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에 살며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 황분희 씨는 “사법부는 계속해서 기준치를 따지는데 방사선 피폭에 안전 기준치라는 것이 왜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단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을 이끈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재판부는 원고에게 더 이상 무엇을 입증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원고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상고하겠다”고 밝혔다.